시조♠감상해 보자

그 저녁에 / 이경임

흐르는 물(강북수유리) 2021. 6. 7. 08:3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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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 저녁에

 

이경임

 

 

거기, 너 앉아서 하염없는 노을이다

떠나는 사람 향해 무릎 꿇던 간곡함이

이 저녁

미동도 없는 어둠으로 스며든다

 

거기, 너 앉아서 하염없는 어둠이다

꽃망울 터지는 소리 아프게 들으며

저만치

멀어져 가는 숨결을 짐작한다

 

거기, 너 앉아서 하염없는 슬픔이다

목젖을 짓누르는 눈물이 시가 되는

이 슬픔

견뎌보기에 참 괜찮은 저녁이다

 

 

 

―『청라 vol.1』(책만드는집, 20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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