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귓속이 소란하다
정영선
이유도 없는 소리가 온몸을 휘젓는다
병원에서도 읽지 못한 소음이
귓속에 살고 있다
귀 주인은 유독 편식이 심한 편,
오가는 길 공원 울타리에 앉은 오월이
쥐똥나무꽃 은은한 향기로 말을 걸어오지만
하찮다며 길가에 흘려버렸다
명품을 걸치고
화려한 빌딩 숲만 누비고 다닐 때
시나브로 쌓인 탁한 소음들
찌그러지고 모나고 짓눌린 소리의 조각들
올여름엔 제발 한강 변에 나가
수레국화 원추리꽃 비비추 망초꽃 금계국
수수한 그녀들의 그윽하고 나직한 소리 듣고 싶다고
쏙, 쏙, 강한 신호음을 보낸다
귀의 반란이다
―『미래시학』(2021. 여름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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