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조♠감상해 보자

미루나무의 노래 /문수영

흐르는 물(강북수유리) 2021. 8. 3. 12: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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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미루나무의 노래

 

    문수영

 

 

    차라리 눈감고 뜨지 말았어야 했어요

 

   어느 날 바람 불어 내 몸이 반짝일 때 나는 눈멀었지요 매미의 울음소리가 사랑고백인 줄 알았어요 들꽃, 풀잎 애무하다 내 여린 잎사귀 마구 흔들며 다가온 바람, 태풍이 잎을 쓸어 가고 가지를 부러뜨릴 때도 견딜 수 있었어요 소문둘 벌처럼 붕붕거리며 날아다니다 얇은 잎사귀에 무늬처럼 새겨졌어요 간지러운 속삭임이 내 몸을 송두리째 흔들었어요 뿌리 깊은 곳까지 생각하다가 잠들었지요 이젠 소리만 들어도 알아요 바람이 내 몸에 집을 짓고 가는 것을

 

   내게서 잠시도 쉬지 않고 바람소리 나는 것을

 

 

 

―시집『뭍으로 눕는 길』(목언예원, 20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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