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금은♠시를 읽어야 할 시간

짱돌 /권순자

흐르는 물(강북수유리) 2021. 10. 11. 19:0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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짱돌

 

권순자

 

 

물가에서 짱돌을 찾아

수십 번 수백 번 물속으로 서러움과

울분의 날개를 날려 보냈다

 

​짱돌은 거칠게 물 위를 날아오르다가

첨벙첨벙

물속으로 제 몸무게를 이기지 못해

아리고 덜 자란 몸을 쑤셔 박고 말았다

 

​물수제비로 수면을 네댓 번

가볍게 제 몸을 날려 물결 잔등을 튕기어

새도 아닌 것이

새라도 되고 싶어서

돌은, 날개를 펴고 날아갔다

 

​물결도

돌이 뜨겁게 날고 싶어 한다는 것을 안다는 듯

손바닥으로 받쳐주고

제 품을 열어 멀리 흘러가 주었다

 

​낮게 날던 제비마저

돌을 물고 비상이라도 해주고 싶었을까

 

​물결을 뜨겁게 끌어안고

돌은, 자글거리며 흘렀다

 

 

 

―​시집『소년과 뱀과 소녀를』(시인동네, 202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