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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머니의 꽃밭
―치매
송병호
식탁에 꽃이 앉아 있다
꽃은 꽃 저 닮은 꽃 그대로인데
내일 아침이면 사라지더라도
또 다른 꽃이 저 닮은 꽃 그대로
그 자리에 있을 것이다
침대 위에 인형이 누워있다
인형은 애써 사람을 닮았다
홀사랑 그리 크셨을까 새벽교회
무릎으로 기도하시던
권사님 우리 어머니, 그녀가 지금
그분을 더 이상 아버지라 부르지 못하는
인형 닮은 사람이 되어 있다
영혼이 방전된 어둠의 그늘에서
깜깜한 기억이 스쳐 지나간,
시차의 잃어버린 시절을 좇아
긴 터널을 지나고 있다
―시집『괄호는 다음을 예약한다』(상상인, 20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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