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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팝나무 아래서
김밝음
저만치서 머뭇거리는 봄을 불러보려고
꼭 다물었던 입술을 잠시 뗐던 것인데
그만, 울컥 쏟아버린 이름
말라버린 젖을 더듬던 가시내에게
고소한 밥 냄새로 찾아오는 것일까
뾰족한 시간의 조각들이 꽃처럼 팡팡 터져도
어제 같은 오늘이 다시 되풀이되는 날
눈으로 들어오는 향기마저 아릿해 고개를 들면
희미해진 기억을 뚫고 파고드는 할머니 목소리
악아, 내 새끼
밥은 묵고 댕기냐
ㅡ시집『자작나무 숲에는 우리가 모르는 문이 있다』(미네르비, 20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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