728x90
나무들이 말했다
정혜숙
초록이 야위어 하마 핼쑥하겠다
에움길에 만났던 그늘 깊은 비수구미
저녁이 빨리 온다고
나무들이 말했다
어깨를 치고 가는 바람의 농담과
적막도 아랑곳없이 피고… 또 피던 꽃들
산목련 어깨 너머로
드문드문 구름 몇 점
그날 이후 길 위에서 자주 서성인다
음정을 잃은 새처럼 간혹 목이 메고…
걸어서 닿지 못하는
영영 초고(草稿)인 땅
ㅡ『시조미학』(2020, 겨울호)
'시조♠감상해 보자' 카테고리의 다른 글
목포댁, 큰이모 .유영애 (0) | 2021.10.30 |
---|---|
그곳으로 돌아온 그는 /염창권 (0) | 2021.10.28 |
산벚꽃이 지는 동안 /이토록 (0) | 2021.10.28 |
빨간색 물감 /이토록 (0) | 2021.10.28 |
닻의 이름으로 /전연희 (0) | 2021.10.26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