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조♠감상해 보자

그곳으로 돌아온 그는 /염창권

흐르는 물(강북수유리) 2021. 10. 28. 12:5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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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곳으로 돌아온 그는

 

염창권

 

 

문은 열려 있었다. 슬레이트 처마 밑에

그 풍경은 내색없이 그 자리에 서 있었다

기억은 목이 쉬었다, 넌 올 줄 알았다고 

 

빗장 풀린 길 안쪽에 또 길이 있었다 

그곳에서 발원한 두 강물이 곧 닿았다 

가을의 혈관 속에서 풀냄새가 흩어졌다 

 

멈춰선 건, 그의 발이 아니라 의지였듯 

길바닥이 흘리고 온 발자국은 멀어졌다 

구두를 벗은 말들이 씨앗처럼 쏟아졌다

 

 

 

ㅡ광주문학아카데미 1집『흘러 내린 기억』(아꿈, 20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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