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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름다운 폐교
이영필
대나무 잡목숲 지나 중산분교 들어선 순간
교적비에 적혀있는 이천이백구십 명의
졸업생 해맑은 얼굴 유리창 밖 내려다본다
학생들 선생님이 수없이 오고 간 길
철봉대 매달렸던 시간들 떠올린다
교실은 손 예쁜 선생님 풍금 소리 들리는 듯
‘힘써 배우고 바르게 행하라’란 교훈
아직도 교단에서 생생히 들리는데
나뭇잎 쌓인 계단엔 고요만이 맴돌아
행진곡 울려 퍼진 운동장 한가운데
산까치 호각 소리에 트랙 돌던 착한 새들
늘어진 느티나무를 쓰담쓰담 만진다
―시조집『반구대 가는 길』(책만드는집, 20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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