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금은♠시를 읽어야 할 시간

파랑 아카이브 /신새벽

흐르는 물(강북수유리) 2021. 11. 8. 15:4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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파랑 아카이브

신새벽


클랭*의 파랑을 표절한 바다, 울트라마린

이제 막 노을이 엎어진 갯벌에
모노크롬 터치들이 시작되고 있다

머뭇거림 없이 잡아채야 하는 속도전
파랑만 건져 올려 고요와 함께 봉합해
어둠의 서랍 속으로 밀어놓는다

붉은 얼굴이 반쯤 남았던 해는 빠르게 문을 닫아걸었다

해안선 철조망은 낯선 발자국을 경계하고
하얀 어깨를 처박은 폐선이 낡은 시간을 부비고 있다

해당화는 서걱서걱 모래를 씹고
난 아직도 파랑이 아쉬워 허기를 느낀다
누군가 흘리고 간 우울을
혹여 새의 깃털에 남아 있을지도 모를

불현듯 맨발로 걸어야 한다는 몸의 신호
상형문자 그려진 갯벌을 탐색하듯 걷는다
시나브로 어둠을 깨며
파랑을 채집하고 인화한다

스크랩하며 겹겹이 쌓아놓는 일, 에뛰뜨** 블루

파랑의 혈통을 가질 수 있다면 내 혈관은 파랑으로 채워지겠지

 
* 이브 클랭 : 프랑스 화가(IKB 자신이 만든 파랑).
** 공부라는 뜻의 프랑스어.



ㅡ시집 『파랑 아카이브』(미네르바, 20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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