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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디
―육십령29
박일만
여름이 오면 똥이 검었다
밥이 귀하던 시절
온 동네 산과 들을 돌아다니며
칡이며 잔대 뿌리 캐 간식으로 삼았다
특히나
오돌개, 라고도 불리던 오디가
여름이 오면 주식이 되었다
나뭇가지가 찢어지도록 따먹었다
배고프지 않았다
가지를 찢고 주인을 피해 달아나다
똥이 마려우면
바위틈에 까맣게 똥을 싸놓고
냇가에서 뒷물을 했다
오디 먹고 싼 똥 속 씨앗들
씨앗들은 다시 싹이 돋아 뽕나무가 되고
누에가 되고 돈이 되고
귀한 밥이 되던 시절
이제는 돈다발을 함께 묶어서 버려도
거들떠보지도 않는 천한 열매가 되었다
―시집『살어리랏다』(달아실, 20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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