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금은♠시를 읽어야 할 시간

땅이 /양애경

흐르는 물(강북수유리) 2021. 12. 25. 18:2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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땅이

 

양애경

 

 

사람 나이 80이 넘으면

땅이 몸을 마구 끌어당긴다

한쪽 다리를 들어

한 걸음 옮기려는 것뿐인데

산을 뿌리째 뽑아 옮기는 듯

 

그래서 키가 줄고

허리도 허물어진

그저 체중이 45킬로그램 나가는 엄마의 몸이

 

지나가다 내 팔에 툭,

걸리기라도 하면,

 

나까지 땅속까지 끌려 들어갈 것만 같다

깊이 묻혀 다시는 못 올라 올 것만 같다

비명을 지르며

나 혼자 멀리멀리 도망쳐버리고 싶어진다

 

노인과 둘이서 살아간다는 것은ⵈ

세상에서 가장 사랑하는 두 사람이라 해도ⵈ

 

땅이

마구마구 밑으로 잡아 당기면ⵈ

 

 

 

―시집『읽었구나!』(현대시학, 202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