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땅이
양애경
사람 나이 80이 넘으면
땅이 몸을 마구 끌어당긴다
한쪽 다리를 들어
한 걸음 옮기려는 것뿐인데
산을 뿌리째 뽑아 옮기는 듯
그래서 키가 줄고
허리도 허물어진
그저 체중이 45킬로그램 나가는 엄마의 몸이
지나가다 내 팔에 툭,
걸리기라도 하면,
나까지 땅속까지 끌려 들어갈 것만 같다
깊이 묻혀 다시는 못 올라 올 것만 같다
비명을 지르며
나 혼자 멀리멀리 도망쳐버리고 싶어진다
노인과 둘이서 살아간다는 것은ⵈ
세상에서 가장 사랑하는 두 사람이라 해도ⵈ
땅이
마구마구 밑으로 잡아 당기면ⵈ
―시집『읽었구나!』(현대시학, 20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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