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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의 할아버지
안재덕
서산에 해 떨어지자
볏단 한 짐 지고
덜거덕거리는
소달구지 앞세워 걷는다
“타고 가세요”
“에이, 어떻게 타고 가
지도 하루 종일 일했는데”
소가 우리에 들어서자마자
가마솥 열어 푹 삶은 여물
퍼 나르기 바쁘다
“오늘 고생 많았다 많이 먹어라”
별식으로 쌀겨 한 바가지
여물통에 부어 준다
껄껄껄 웃으며
“이놈이 우리 집 재산 1호지
자식이나 별반 다를 게 없어”
고단했던 하루도 껄껄껄 웃는다
― 시집『땅따먹기』(도서출판 현자, 20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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