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밥 걱정
마경덕
묵직한 가방을 들고 집을 나서면
우리집 건너 건너 반지하방 외눈박이 할머니
주워온 폐지를 접으며
응, 이제 일나가는구먼
잘 댕겨와유
골목 어귀 어물전 맞은편
전봇대에 기대앉은 좌판 노인도 도라지를 까다 말고 아는 체를 한다
뭐 하러 댕기시오
공장에 일 나가는 거요?
단골 신발가게 아줌마도 지나가는 나에게 말을 붙인다
밥벌이는 좀 되나요?
24시 순댓국집에 밤일 나가는 아래층 다솜이 엄마도
내가 시인이란 걸 얼마 전에 알았다
시는 써서 뭐한대요
요즘 누가 그런 걸 읽어요?
다들 살기 어렵다고 내 밥을 걱정해 주는
착한 이웃들이다
―『문장』(2021, 겨울호)
―시집『악어의 입속으로 들어가는 밤』(상상인, 202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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