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금은♠시를 읽어야 할 시간

밥 걱정 /마경덕

흐르는 물(강북수유리) 2022. 1. 31. 14:4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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밥 걱정

 

마경덕

 

 

묵직한 가방을 들고 집을 나서면

우리집 건너 건너 반지하방 외눈박이 할머니

주워온 폐지를 접으며

응, 이제 일나가는구먼

잘 댕겨와유

 

골목 어귀 어물전 맞은편

전봇대에 기대앉은 좌판 노인도 도라지를 까다 말고 아는 체를 한다

뭐 하러 댕기시오

공장에 일 나가는 거요?

 

단골 신발가게 아줌마도 지나가는 나에게 말을 붙인다

밥벌이는 좀 되나요?

 

24시 순댓국집에 밤일 나가는 아래층 다솜이 엄마도

내가 시인이란 걸 얼마 전에 알았다

 

시는 써서 뭐한대요

요즘 누가 그런 걸 읽어요?

 

다들 살기 어렵다고 내 밥을 걱정해 주는

착한 이웃들이다

 

 

 

―『문장』(2021, 겨울호)

―시집『악어의 입속으로 들어가는 밤』(상상인, 2022)