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모든 그리운 것은 뒤쪽에 있다
양현근
아쉬움은 늘 한 발 늦게 오는지
대합실 기둥 뒤에 남겨진 배웅이 아프다
아닌 척 모르는 척 먼 산을 보고 있다
먼저 내밀지 못하는 안녕이란 얼마나 모진 것이냐
누구도 그 말을 입에 담지 않았지만,
어쩌면 쉽게 올 수 없는 길이라는 것을 안다
기차가 왔던 길 만큼을 되돌아 떠난다
딱, 그만큼의 거리를 두고
기다림은 다시 자랄 것이다
그리운 것일수록 간격을 두면 넘치지 않는다고
침목과 침목사이에 두근거림을 묶어둔다
햇살은 덤불 속으로 숨어들고
레일을 따라 눈발이 빗겨들고
이 지상의 모든 서글픈 만남들이
그 이름을 캄캄하게 안아가야 하는 저녁
모든 그리운 것은 왜 뒤쪽에 있는지
보고 싶은 것은
왜 가슴 속에 바스락 소리를 숨겨놓고 있는 것인지
써레질이 끝난 저녁 하늘에서는 순한 노을이
방금 떠나온 뒤쪽을 몇 번이고 돌아보고 있다
―시집『산벚나무가 있던 자리』(2021, 시선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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