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금은♠시를 읽어야 할 시간

공범들 /김수정​

흐르는 물(강북수유리) 2022. 2. 10. 13:22
728x90

공범들

 

김수정

 

 

​한 무리의 개들이

지하 주차장으로 들이닥쳐

하얀 자동차를 에워싼다

 

타이어부터 발라 먹으려는지

발톱을 세워 찍어댄다

하얀 페인트가 찢어진다

 

털이 꼬질꼬질한 개들이

짖지 않고

빙 빙

돌며 점점 조여진다

 

자동차 아래로 뛰어든

고양이 울음소리가 쪼그라든다

 

너덜너덜한 목줄을 찬

늙은 개가

차 앞에 버티고 앉는다

 

어둠 속에서 희번덕거리는 눈알들

비명을 삼킨 블랙박스

 

개들이 달려들어

길고양이 대신

매끈한 차 한 대를 해치우는 동안

CCTV도 짖지 않는

 

 

―『시와경계』(2021, 가을호)

'지금은♠시를 읽어야 할 시간' 카테고리의 다른 글

밥할 자격 /김륭  (0) 2022.02.10
무지 /박은형  (0) 2022.02.10
세 발 고양이 /박청환  (0) 2022.02.09
화엄경을 읽다 /김남권  (0) 2022.02.08
별이 죽었다 /김남권  (0) 2022.02.08