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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범들
김수정
한 무리의 개들이
지하 주차장으로 들이닥쳐
하얀 자동차를 에워싼다
타이어부터 발라 먹으려는지
발톱을 세워 찍어댄다
하얀 페인트가 찢어진다
털이 꼬질꼬질한 개들이
짖지 않고
빙 빙
돌며 점점 조여진다
자동차 아래로 뛰어든
고양이 울음소리가 쪼그라든다
너덜너덜한 목줄을 찬
늙은 개가
차 앞에 버티고 앉는다
어둠 속에서 희번덕거리는 눈알들
비명을 삼킨 블랙박스
개들이 달려들어
길고양이 대신
매끈한 차 한 대를 해치우는 동안
CCTV도 짖지 않는
―『시와경계』(2021, 가을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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