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금은♠시를 읽어야 할 시간

반송시장 간다 /김일태

흐르는 물(강북수유리) 2022. 3. 8. 16:0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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반송시장 간다

김일태


세상에 흥정하는 맛이 없을 때
맛 사러 반송시장 간다
마수걸이 우수리 떨이 사러 반송시장 간다
첫물이니 직배니 유기농이니 자연산이니
온갖 구실로 흥정하게 하다가
서로 수지타산 맞게 거래하는
민주적인 전통시장에 민주를 배우러 간다
한 줌 더 얹어주는 콩나물 가게에서
부처님 가르침 한 봉지 사고
어묵 떡볶이 가게에서 구약 잠언 한 구절 사고
이문 없이 판다는 과일가게에서 논어 한 구절 사고
좌판 없는 푸성귀 노점에서
채근담 한 구절 사고
뚱땡이 김밥과 반칼* 한 그릇으로 안빈낙도 사고
어깨 비비며 먹어야 제맛 알게 되는
생선회와 족발 한 접시로
태평성세를 누리게 하는
나는 오늘도 시(詩) 한 상 차리기 위해
과소비를 부추기는
만물 반송시장에 간다


*창원 반송시장 칼국수



ㅡ 『시와시학』 (2021, 겨울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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