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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강
―참게 이야기
박위훈
강의 품이 넉넉해 여럿 풀칠했다는 말
귀 아프도록 외할머니께 들었던 조강祖江
가을이면 뻘의 발등을 타고 오르는 알배기 참게를
짚 가마니에 한가득 쓸어 담던 손속이
가문 기억처럼 아슴아슴하다는 보신암*을 아이는
보시람 보시람이라 불렀다
대남방송을 자장가 삼아 할미 무릎을 베면
나직이 귓전을 찰랑이던 강물소리
집 떠난 이들의 설운 울음이라던 외할머니
산수傘壽의 물결에 휩쓸린 지 오래
참게도 가끔 해거릴 하는지
철책을 넘어 참게군단이 상륙한다는 보시람의 농에
이념의 굴레는 게딱지처럼 탈피도 않는다며
농 아닌 진담으로 되받으면
여여한 강물 출렁이며 맞장구치고
그해 겨울
성엣장에 포성까지 얹어 강을 건넌 아버지,
한 갑자 훌쩍 허리 굽은 도강渡江의 염원을
집게발로 물고 강을 넘노는 참게를
마냥 잡을 수도 없는
이 생애에는 왜 그리운 것들만 더디 바래지는지
애먼 바람의 옷자락만 움켜쥐는
* 경기 김포시 하성면 가금리 조강 인근 자연부락.
―시집『왜 그리운 것들만 더디 바래지는지』(상상인, 202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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