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봄은 상처로 핀다
이이화
울 아버지 고장 난 육신 벗어놓고
먼 길 가시던 날
화사하게 흐드러진 봄꽃들
사립문 밖에 일렬로 서서
배웅할 시간 기다리는데
몇 달 전에 짝 잃고 객지 떠도는 자식
당신 마음에 옹이로 남았던지
실낱같은 명줄에 기대
안간힘으로 기다린다는 기별에
허겁지겁 달려가 하얗게 사위어가는
아버지 온기만 더듬거렸다
아부지는 행복했다
많이 사랑한다 내 새끼
긴 호흡을 수습하던
아버지 마지막 말이 둥근 꽃씨가 되어
계절마다 꽃을 피우고
피는 꽃과 지는 꽃 사이에서
풀리지 않는 해답 찾아 헤매다
울컥, 붉어지는 꽃너울에 빠져
봄이 기운다
―계간『詩하늘 105』(2022년 봄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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