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피 혹은 꽃 피는 속도
김수형
1.
레미콘이 뒤뚱거리면 언덕길을 오른다
만삭의 배를 돌리며 조금만, 조금만 더!
두 손을 움켜쥘 때마다
떨어지는 링거의 수액
피와 살이 섞이고 심장마저 꿈틀대는
안과 밖을 둘러싼 호흡들이 숨 가쁘다
뜨겁게 쏜아지는 양수
꽃나무에도 피가 돈다
2.
직진하려다 본능적으로 핸들을 우로 돌렸지
운전석 백미러를 툭 치며 달리던 트럭
수천의 새 떼 날아와
등골에서 깃을 털던
3.
백 미터를 3초에 달려
톰슨가젤 목을 물고
거친 숨 몰아쉬는 치타의 퀭한 눈동자
죽음과
마주하는 건
늘 한 호흡의 속력이다
―시선집『제12회 천강문학상 수상작품집』(경남, 202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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