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조♠감상해 보자

피 혹은 꽃 피는 속도 /김수형

흐르는 물(강북수유리) 2022. 5. 27. 16:0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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피 혹은 꽃 피는 속도

김수형

1.

레미콘이 뒤뚱거리면 언덕길을 오른다

만삭의 배를 돌리며 조금만, 조금만 더!

두 손을 움켜쥘 때마다

떨어지는 링거의 수액

피와 살이 섞이고 심장마저 꿈틀대는

안과 밖을 둘러싼 호흡들이 숨 가쁘다

뜨겁게 쏜아지는 양수

꽃나무에도 피가 돈다

2.

직진하려다 본능적으로 핸들을 우로 돌렸지

운전석 백미러를 툭 치며 달리던 트럭

수천의 새 떼 날아와

등골에서 깃을 털던

3.

백 미터를 3초에 달려

톰슨가젤 목을 물고

거친 숨 몰아쉬는 치타의 퀭한 눈동자

죽음과

마주하는 건

늘 한 호흡의 속력이다

 

―시선집『제12회 천강문학상 수상작품집』(경남, 2022)