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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전적 의미
박선미
이른 아침
국을 끓이기 위해 북어를 북북 찢다
속이 울렁거렸던 기억이 있다
숙제를 하다가
찾고자 하는 글이 있어 사전을 펼쳤다
찾는 글은 보이지 않고 졸음에
시렁 위에 두고 그만 잊어버렸다
어느 날
아버지 잎담배에 찢어진 사전이 보인다
정성껏 말아 피우시던 사전으로
만든 잎담배
입에서 나오는 흰 연기처럼
아버지 사전엔 모르는 게 없었지
아버지의 주름 같던
북어 부스러기들이 앞치마에 쌓인다
북어가 아버지 같고
book과 語를 줄인 말처럼 느껴지는 아침
―시집 『잇단음표』(홍두깨, 202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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