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곰
손진은
도서관에서 나와 잠깐 쉰다는 게
공원 벤치에 큰대자로 곯아떨어진 사내
행인들 인기척 담배 연기에도 기침 한 개비 없이
이마에 땀 흥건해질 때까지 자다
천둥 번개가 후려쳐 한참을 멍하니 앉은,
어느새 몸속에 덩치 큰 곰이 들어와 앉은 사내
그래도 그는 좋다, 초록 외엔 아무도 없는 공원
빗방울만 후두둑 몸을 깨우는 숲이!
무얼까?
곰, 그쪽과 맞닥뜨린 세월도 없는데
긴 공용의자, 그 노상침실에 그를 눕히고 비끄러맨 건,
그 사이, 생로병사 네 글자가 우지끈 끊어지며
마디마디 곰의 사지를 이어준 건,
그렇담 어떻게 덩치 큰 저 곰을 끄집어내나?
풀잎부터 가지 열매 들짐승
잡식의 그를 무슨 힘으로?
일단 오늘은
열람실까지 놈 잘 밀어넣고
착해진 몸으로 야생의 열맬 훑어먹는 걸 지긋이 바라보다가
슬슬 가방을 싸고 냄샐 맡으며 동굴로 향하는
놈의 짧고 굵은 다리를 따라 어슬렁
저물어보기로 한다
큰 덩치의 놈을 따르는 일이 어딘가?
오소리 들쥐가 아니어서 다행이야! 잠의 기억을 털며 돌아가는 길
―『신생』(2022. 가을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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