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창가에 서서
안규례
장맛비 온다
진종일 끊어졌다 이어지는
굵은 빗줄기
아파트 마당은 시절을 만난 듯
초록잎이 장악을 하고
봄날 햇살처럼
누군가 올 것 같아
괜스레 베란다 유리창 긋는 빗물 닦으며
간간이 휴대폰을 들여다 본다
시장기는 슬슬 밀려오고
한 시절 지겹도록 먹었던
빗줄기 같은 국수나 만들어 볼까
냉장고 속 이제나저제나
나오길 기다리는
애호박 숭숭 썰고
양념장 끼얹어 먹다 보면
조금은 외로워졌던 시간들
삶은 국수발처럼 부드러워지겠지
얽히고설킨 마음도
가지런해지겠지
밖에는 여전히 비, 비, 비…
―계간『詩하늘 107』(2022년 가을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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