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금은♠시를 읽어야 할 시간

창가에 서서 /안규례

흐르는 물(강북수유리) 2022. 10. 5. 20:2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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창가에 서서

 

안규례

 

  

장맛비 온다  

진종일 끊어졌다 이어지는

굵은 빗줄기

 

아파트 마당은 시절을 만난 듯

초록잎이 장악을 하고

봄날 햇살처럼

누군가 올 것 같아 

괜스레 베란다 유리창 긋는 빗물 닦으며

간간이 휴대폰을 들여다 본다

 

시장기는 슬슬 밀려오고 

한 시절 지겹도록 먹었던

빗줄기 같은 국수나 만들어 볼까

 

냉장고 속 이제나저제나

나오길 기다리는 

애호박 숭숭 썰고

양념장 끼얹어 먹다 보면

조금은 외로워졌던 시간들

삶은 국수발처럼 부드러워지겠지

얽히고설킨 마음도

가지런해지겠지

 

밖에는 여전히 비, 비, 비…

 

 

 

―계간『詩하늘 107』(2022년 가을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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