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금은♠시를 읽어야 할 시간

어머니와 황태 /이이화

흐르는 물(강북수유리) 2022. 10. 11. 08:3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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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머니와 황태

 

이이화

 

 

하루를 헐값으로 처분한 아버지가

빈 수레 덜컹이며 돌아오는 저녁

동구 밖까지 마중 나온 어둠이

코 흘리게 아이들과 재잘대며

마을 순찰을 돌았다

처마 밑에서 겨울을 보관하고 있던 황태 한 마리

빈곤한 밥상 위에서

모처럼 환하게 식구들 허기를 구워낸다

어머니 웃음으로 단단하게

세월을 키우던 아이들

하나 둘 꽃을 피우기 위해

봄 찾아 떠난 자리

맛난 속살 다 내어주고

뼈대만 앙상해진 황태 닮은 어머니가

치매를 다독이며

은사시나무처럼 가볍게

아득히 먼 기억들을 뒤척이고 있다

 

 

 

―계간『詩하늘 107』(2022년 가을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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