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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머니와 황태
이이화
하루를 헐값으로 처분한 아버지가
빈 수레 덜컹이며 돌아오는 저녁
동구 밖까지 마중 나온 어둠이
코 흘리게 아이들과 재잘대며
마을 순찰을 돌았다
처마 밑에서 겨울을 보관하고 있던 황태 한 마리
빈곤한 밥상 위에서
모처럼 환하게 식구들 허기를 구워낸다
어머니 웃음으로 단단하게
세월을 키우던 아이들
하나 둘 꽃을 피우기 위해
봄 찾아 떠난 자리
맛난 속살 다 내어주고
뼈대만 앙상해진 황태 닮은 어머니가
치매를 다독이며
은사시나무처럼 가볍게
아득히 먼 기억들을 뒤척이고 있다
―계간『詩하늘 107』(2022년 가을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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