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각설탕/유현숙
봄꽃도 봄빛도 아라리가 났는데 느닷없는 눈이 내리네 각설탕 같은 눈이 내리네
수화기에서 들리는 말은 옛말이고, 옛말처럼 멀고, 각설탕처럼 달고,
시작이 늦지 않겠느냐고 묻는 안토니우스에게 시작하지 않는 것보다 낫다고
나는 대꾸하네
한때는 물뱀처럼 시이저를 사랑했네
검고 푸른 독을 먹여 뱀을 f길렀네, 뱀에게 물릴 손가락들을 닦아내고 향유로 씻었네
나는 몇 번이나 초록노트에다 이 말들을 베껴보네
말을 베끼는 그 한 계절을 사랑했네, 그 한 계절을 다 기록하지 못했네
2
명지바람 부네 어제부터 앓네 타샤의 정원을 생각하네
냉이풀이 누워있는 내 몸 골짝에 커티지 가든을 개간하고 싶네
이 봄이 처음 오는 계절인가 묻네
전화를 한 사내는 지금도 개찰구에 서 있다 하네, 내가 그의 첫사랑이라고 하네
40년이 자났으니 40년만이라고 하네
거짓 첫사랑, 거짓 첫 만남, 거짓 첫 키스, 거짓 첫 눈……거짓 첫,첫, 첫,
낱짜마다 잇자국이 박히네 이빨 사이가 시리네
-《현대시학》2009년 8월호
-<두레문학> 2009.하반기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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