728x90
32
님의 말씀
세월이 물과 같이 흐른 두 달은
길어 둔 독엣물도 찌었지만은
가면서 함께 가자 하던 말씀은
살아서 살을 맞는 표적이외다
봄풀은 봄이 되면 돋아나지만
나무는 밑그루를 꺾은 셈이요
새라면 두 죽지가 상(傷)한 셈이라
내 몸에 꽃필 날은 다시 없구나
밤마다 닭 소리라 날이 첫시(時)면
당신의 넋맞이로 나가볼 때요
그믐에 지는 달이 산(山)에 걸리면
당신의 길신가리 차릴 때외다
세월은 물과 같이 흘러가지만
가면서 함께 가자 하던 말씀은
당신을 아주 잊던 말씀이지만
죽기 전(前) 또 못 잊을 말씀이외다
08.02.04/ 아침 8시 51분
▷ 독엣물 : [명] 독(물동이)에 담아 놓은 물.
▷ 찌었지마는 : [동] 말라서 줄어들다.
▷ 살 : [명] 화살.
▷ 표적이외다 : 표적입니다.
▷ 죽지 : 날개.
▷ 길신가리 : 길일(吉日)을 정해 죽은 사람의 복을 빌어주는 것. '길신(吉辰)'과 '가리'의 결합형.
길신吉辰 - 좋은 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