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백화사 들어가는 입구의 능소화>
번개산행을 하기로 한 날 비가 내려서 못 갔는데 다음 일요일 날도 비가 온
다고해서 포기를 하고 있었지요.
그런데 아침에 일어나 하늘을 보니 환해지면서 해가 쨍 비칩니다.
멀리 산행을 해도 되겠구나 싶어 부리나케 서둘렀습니다. 냉동실에서 얼려놓
은 이온음료와 주스, 물을 챙겨서 9시 10분쯤 집을 나섭니다.
10시 30분에 백화사에 내렸습니다.
초행길이라 남자 산님 두 분을 따라 갔더니 이정표가 나옵니다. 의상능선
은 북한산성쪽으로 한 번 가 보았기에 백화쪽으로 왔더니 거리도 비슷하고
거기가 거기입니다.
저기 의상능선에 사람들이 올라가는 모습이 보입니다. 이제부터는 본격적으로
산비알 길이 시작됩니다.
가파른 오르막길을 올라오니 벙커위에 넓지는 않으나 평평한 공터가 있습니
다. 목을 축이고 아래를 내려다보니 북한산성주차장이 보입니다.
<▲의상능선의 보초병(바위)>
북한산성쪽에서 올라가다 보면은 의상봉을 오르기전에 이 바위를 먼저 만납
니다. 꼭 무엇을 닮았다고 꼬집어 말할 수가 없는 바위인데 의상봉을 지키는
파수꾼 같아 보였습니다.
<▲의상능선에서 만난 원추리>
제가 먼저 저리로 올라왔는데 뒤에 사람들이 오기에 사진을 찍었더니 그
사진을 어떻게 건네받느냐고 합니다.
그래서 '너에게편지를' 카페에 들어와서 보라고 하였지요. 그런데 제대로
알아들었는지 모르겠네요. 혹시 들어오시면 꼬리 글 달으시기를...
<▲의상능선에서 만난 새며느리밥풀>
산행을 하다보면 주변의 경치를 구경하는 것도 즐겁지만 이렇게 예쁜 야생
화를 만나는 것도 덤으로 얻는 행복이지요.
꽃며느리밥풀꽃은 며느리가 밥을 먹다가 시어머니에게 들켜서 미처 삼키지
도 못하고 죽었는데 그 무덤에서 이 꽃이 피어났다고 하지요.
<▲의상봉에서 바라본 원효봉과 염초봉>
<▲백운대는 안개에 가려 보이지도 않고>
<▲의상봉에서 바라 본 용출봉>
의상봉에서 내려 와 용출봉으로 가다보면 합장하고 있는 국녕사의 거대한
좌불을 보게 됩니다. 가까이 가서 보니 그 규모가 얼마나 큰지 합장한 손
이 어른 키만하다고..
좌불 뒤로 수천불의 불상이 호위를 하고 있는데 직접보시면 장관입니다.
<▲용출봉 가는 길에 만난 딱지꽃>
<▲용출봉 올라가는 길은 숨이 턱턱 막히는 가파른 오르막길>
<▲용출봉 올라가다가 뒤돌아 본 의상봉>
<▲국녕사의 좌불동상 뒷모습>
의상능선에서 가장 비탈이 심해서 올라가기 힘든 용출봉에 드디어 올라왔
습니다.
지난 6월 달에 원효봉 염초봉 오르면서 의상능선을 가봐야지 했는데 혼자
의 약속이었지만 오늘 그 약속을 지켰습니다.
안개가 끼여서 백운대의 정상은 보이지 않았지만 왼쪽으로는 원효봉, 염초
봉이, 오른쪽은 비봉능선의 비봉과 사모바위가 멋지게 조망이 됩니다.
<▲용출봉에서 바라본 비봉능선>
<▲당겨서 찍었더니 응봉능선 끝에 사모바위가 잘 보입니다/우측은 비봉>
<▲용출봉에서 바라본 나월봉/저리로 가야하는데 안개에 쌓여있네요>
<▲용출봉에서 바라본 용혈봉/지난주에 사망사고가 났던 곳이죠>
용출봉에서 용혈봉가는 능선 길의 바위인데 의상능선에서도 이 바위가 보입
니다. 엄지바위 또는 할머니 바위라고 하는데 보는 방향에 따라 그렇게 보
인답니다.
여기서는 왼손엄지손가락을 치켜든 것 같지요. 그런데 밑에 사진은 용혈봉을
오르면서 찍었는데 할머니가 기도하고 있는 모습입니다.
<▲용출봉을 내려와 용혈봉을 오르면서 바라본 할머니 바위>
<▲용혈봉에서 바라본 의상봉/우측 아래에 국영사의 좌불>
<▲용혈봉에서 바라본 용출봉/봉긋하니 이쁘게도 생겼네요>
<▲용혈봉에서 바라본 좌측 용출봉과 우측 의상봉>
<▲용혈봉 정상 소나무 아래 낙뢰로 사망사고 난 지점>
어느 산님 한 분이 자식(딸과 아들)을 데리고 와서 여기에서 낙뢰사고를 당한
분들과 아는 사람이라며 고인을 추모하고 있었습니다.
고인들이 평소에 술을 좋아하셨다며 막걸리를 몇 통 가지고 와서 주위에 뿌
리는 모습을 보면서 저도 함께 극락왕생을 빌었습니다.
<▲증취봉에서 바라본 좌측 용출봉과 우측 용혈봉>
<▲증취봉에서 바라본 비봉능선/중앙에 승가봉>
<▲증취봉에서 바라본, 대동문에서 백운대 가는 길의 동장대>
<▲증취봉에서 바라 본 나월봉/우측 나한봉/뒤쪽 칠성봉>
증취봉에서 나월봉을 바라보니 뾰족하게 솟은 바위 밑으로 낭떠러지가 가슴
을 서늘하게 합니다.
북한산성에서 의상능선을 오르기도 좀 힘들고 의상능선에서 용출봉 오르기
가 힘들지 용출봉에서 용혈봉, 증취봉은 그다지 힘들지 않습니다.
저 앞에 보이는 나월봉도 나한봉도 능선으로 가면 힘들지 않는데 문수봉을
가려면은 저 끝의 칠성봉이 떡 버티고 있지요.
<▲우측 나월봉 가는 길의 우회로>
<▲나월봉에서 바라본, 왼쪽부터 용출봉,용혈봉,증취봉>
<▲나월봉바위에서>
나월봉에서 용출봉,용혈봉,증취봉을 배경으로 어느 부부 산님이 찍어준 사진
인데 태연히 앉아 있는 것 같지만 바로 앞이 낭떠러지라 오금이 저렸습니다.
바람이 불고 있어서 사진만 찍고는 얼른 내려왔지요.
지금도 생각을 하니 온 몸이 오싹하네요.
<▲나월봉에서 비봉능선을 바라보니 또 다른 맛입니다>
<▲나월봉정상에 노간주나무/꿋꿋이 내린 뿌리에 절망은 없지요>
<▲나월봉정상에 있는 바위>
<▲나한봉에서 바라본 나월봉/뒤에는 용혈봉>
평평하게 보이지만 '나한봉' 정상입니다. 칠성봉을 오르면서 나한봉을 바라
보면 숲에 둘러 쌓여서 둥그렇게 보이는데 막상 들어서니 단체로 온 산님
들 둘러앉아서 밥 먹기 딱 좋은 곳이네요.
<▲칠성봉 오르면서 바라본 나한봉>
칠성봉을 오르면서 뒤돌아보니 와, 지금까지 온 능선들이 파노라마처럼 한
눈에 다 들어옵니다. 정상이 평지 같아 보이는 나한봉도 봉우리가 아름답고
나월봉능선 뒤로 증취봉, 용혈봉, 용출봉이 다 보입니다. 이제 이 칠성봉만
넘으면 청수동암문이 나오는데 청수동암문과 대남문 사이의 봉우리가 문수
봉입니다.
<▲칠성봉 넘어가면 나오는 청수동암문>
<▲청수동암문에 서 있는 이정표>
그 꽃 / 고은
내려갈 때 보았네
올라갈 때 못 본
그 꽃
산을 오르다 보면 오르는데 정신이 팔려 예쁜꽃도 눈에 잘 안 보입니다. 그
런데 올라갈 때 안 보이던 꽃이 내려오는 도중에 보입니다.
인생길도 마찬가지겠지요.
정신없이 살다보면은 정작 중요한 것을 소홀히 할 수가 있습니다. 중요한
것이 무엇인지 혹 놓치고 있는 것은 없는지 옆도 한 번 돌아보시고 쉬며
쉬며 천천히 가시기를 바랍니다.
<▲문수봉을 상징하는 두꺼비바위>
<▲가까이 당겨보니 휴식을 취하는 사람들이 보입니다>
칠성봉을 넘어와 청수동암문 위를 오르면 문수봉 정상입니다. 문수봉정상에서
바라보면 문수봉을 상징하는 바위들이 한 눈에 펼쳐집니다.
문수봉에는 언제 가봐도 많은 산님들이 오며가며 휴식을 취하고 있습니다. 두
꺼비바위 아래에도 많은 사람들이 모여 있습니다.
<▲문수봉에서 정면으로 승가봉,사모바위,비봉,향로봉,족두리봉>
문수봉에 서면은 문수봉의 상징인 두꺼비바위, (촛대바위라고도함) 바위가
정면으로 보이고 그 뒤로는 비봉능선의 승가봉, 사모바위, 향로봉 그리고 저
멀리 족두리봉까지 다 보입니다.
<▲문수봉에서 우측에 용출봉과 나한봉, 칠성봉>
<▲문수봉에서 바라본 보현봉>
그 뿐 아니라 우측에는 용출봉서부터 나한봉, 칠성봉이 눈에 들어오고 조
금 왼쪽으로 고개를 돌리면 보현봉이 바로 코앞으로 다가옵니다. 보현봉은
지금은 휴식년제로 출입이 금지되어 있지요.
<▲문수봉에서 바라본 백운봉 가는 길의 산성주능선>
더 왼쪽으로 고개를 돌리면 문수봉에 걸린 태극기가 펄럭이고 마치 뱀의
꼬리처럼 꾸불꾸불 이어진 산성주능선 길의 성곽이 하얗게 보입니다. 저쪽
으로 계속 쭈욱 가면 대동문이 나오고 동장대 북한산대피소를 지나 용암문,
위문(백운동암문)을 걸쳐 삼각산의 최고봉인 백운대로 올라갈 수 있지요.
<▲문수봉에서 바라본 삼각산의 주봉들/노적봉 뒤에 백운대>
<▲바위채송화/산행하면서 많이 보았지만 문수봉 정상에 피어있네요>
<▲대남문 가는 길에 만나 물레나물>
<▲얘는 이름이 '뚝깔'이라고 하네요>
<▲예쁘죠/얘는 산층층이>
<▲비슷하지요/얘는 층층이꽃>
<▲문수봉 아래 대남문>
<▲대남문 지나 대성문 올라가면서 바라본 문수봉>
<▲딱지꽃 정말 봐도 봐도 이쁘네요>
<▲봉우리가 나란히 있다고 해서 형제봉>
<▲병꽃은 5월에 피는데 늦동이인가 봅니다/늦동이가 더 예쁘지요>
<▲자주색 꿩의다리/산에 오르다 힘들어 허리숙이면 보이는 꽃>
<▲등골나물>
<▲산성주능선 전망대 / 대성문으로 가면서 찍은 사진>
<▲산성주능선 전망대에서 주위의 풍경을 감상하고 있는 산님들>
<▲대성문에서 보국문으로 내려오면서 바라본 칼바위능선 옆모습>
<▲대동문과 칼바위능선 길을 일러주는 이정표>
<▲칼바위능선을 올라가면서 바라본 칼바위봉우리>
<▲칼처럼 돌이 삐죽삐죽 튀어나온 칼바위능선 하이라이트구간>
<▲칼바위능선 아래 정능, 빨래골, 아카데미하우스방향 이정표>
<▲비가 많이 와서 계곡마다 물이 풍성합니다>
<▲아카데미탐방지원센터 입구에 있는 구천교>
<▲산행 날머리 아카데미탐방지원센터>
우리는 건강을 위한다고 산을 가지만 산의 입장에서 볼 때 우리는 청하지 않
는 불청객에 불과합니다. 자기가 가지고 간 쓰레기는 과일 껍데기 하나라도
다 가지고 와야 하는데 실상을 그렇지가 못하지요.
산행을 하다보면 물병도 보이고 비닐도 보이고 스낵이 부러진 것도 보입니다.
쓰다가 못쓰게 되면 도로 가방에 넣어 가지고 와야지 왜 산에다 버리고 오는
지요.
산의 주인은 우리가 아니고 그 산에서 숨쉬고 살아가는 나무와 풀과 바위와
이끼, 그리고 그 숲에서 삶을 영위하는 새와 벌레와 곤충들입니다.
우리는 초대받지 않는 손님이지요. 손님으로 갔으면 손님답게 조용히 갔다가
그들에게 아무런 방해도 없이 조용히 되돌아와야 합니다. 손님으로 가서 주인
행세를 해서야 되겠습니까.
도봉산의 '망월사' 라는 절에 가면은 경내로 들어가는 문에 이런 글귀가 쓰여
져 있습니다.
'아니 오신 듯 다녀가시옵소서'
우리도 산에 들면 아무런 흔적도 없이 가지 않는 것처럼 다녀와야겠어요.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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