진달래 능선
오늘은 3년 전 처음 산행을 하면서 자주 가 보았던 진달래능선을 가보기로 합니다.
삼각산 가까이에서 이십 몇 년을 살면서도 대동문 한 번 안 가보았지요.
그러다가 어느 날 문득 어릴 때 산에서 놀던 생각이 나면서 산에 가고 싶다는 생각이
불쑥 들었습니다.
그래서 찾은 곳이 집에서 가까운 진달래 능선인데 처음에는 힘들어서 헉헉대며 올라
갔던 추억의 진달래능선이기도 합니다.
이 능선을 지나서 처음 대동문에 갔을 때는 마치 백운봉 정상에나 오른 것처럼 기쁘
고 뿌듯 했었지요.
4월 중순이면 만개 하는 진달래능선에 진달래는 모두 지고 없지만 눈이 시리도록 아
름다운 5월은 신록과 더불어 많은 꽃들이 반겨줍니다.
처음으로 산사나무의 꽃도 보았고 보리수나무에 꽃이 핀 것도 처음으로 보았습니다.
사진을 찍었지만 꽃이 직경 1센지도 안 되는데다가 색상마저 미색입니다.
접사렌즈가 없는 디카라 흐리게 나왔지만 이렇게 꽃구경도 하면서 쉬며쉬며 올
라갑니다
이 진달래 능선은 초보산군이나 이 산아래 동네에 사는 사람들의 운동코스이기도 합
니다. 그래서 일요일 같은 휴일 날이면 이 능선에 조그만 아이들까지 대동한 가족들
을 많이 볼 수 있는 곳이기도 합니다.
많이 내리지는 않았지만 어제 저녁 7시까지 비가 내려 땅이 질지나 않을까 싶었는데
빗물이 잘 스며들어 오히려 땅에서 올라오는 습한 냄새가 맑을 햇살과 어울러져 상
큼합니다.
진달래능선에 오르면 소귀골 너머로 삼각봉이 보입니다.
삼각산의 삼각봉은 백운봉, 인수봉, 만경봉을 두고 하는 말인데 이 세 봉우리가 삼각
을 이루고 있어 삼각산이라는 이름의 유래가 되었다고 합니다.
이 삼각봉을 조망하여 가는 진달래능선 길은 경사가 거의 없는데다가 키 큰 잡목들이
햇빛을 가려주고 있어서 부드럽고 편안한 등산길입니다.
이렇게 편한 길을 1킬로쯤 가면은 샛길에 대동천이라는 약수터가 있습니다.
시원한 약수 한 모금 마시고 계단을 따라 올라가면 대동문입니다.
북한산성에는 북문, 서암문, 백운동암문, 용암동암문, 소동문, 동암문, 대동문, 청수봉
암문, 부왕동암문, 가사당암문, 대성문, 중성문, 대성문, 대남문의 14개의 문이 있습니다.
대동문, 대서문, 대성문, 대남문 4개문은 문루가 복원되어있는데 그 중에 대동문이 제
일 크다고 합니다.
대동문은 또 고속도로의만남의 광장같은 곳이라 시장처럼 항상 사
람들로 붐빕니다. 이 곳에 샘터는 없지만 화장실이 있고 많은 사람들이 쉬어가기에
충분한 넓은 공터가 있습니다.
진달래능선이나 비봉쪽에서 백운봉을 오르려면 이 대동문을 거쳐서 가야하는데 이 곳
이 거의 중간지점에 위치를 하고 있어 만남의 약속 장소가 되기도 합니다.
광장 중앙에는 큰 느티나무가 그늘을 드리어 좋은 쉼터를 만들어주기도 하고 성벽을
따라 많은 사람들이 자리를 잡고 식사를 합니다.
삼각산은 나들목이 많아서 등산을 하다가 힘들면 가까운 곳으로 하산을 하면 되지요.
산행을 할 때 어디로 해서 어디로 올랐다가 어디로 내려갈지 대충 생각을 하며 하지
만 혼자 하는 산행이 좋은 것은 내 마음대로 계획을 변경을 할 수 있다는 것이지요.
몸의 컨디션 조절도 자유롭게 할 수 있구요.
오늘은 날씨도 좋아 산에 오래 있고 싶은데 지난주 도봉산 산행에 조금 무리를 한데다
오후에 모임도 있어 멀리 가지 않기로 합니다.
이 진달래 능선을 따라 오른 다음 대동문을 기점으로 하여 칼바위능선을 타고 하산을
하기로 했습니다.
삼각산의 칼바위능선을 두고 주능선이냐 지능선이냐고 분분하지만 칼바위능선은 산성
주능선에서 떨어져 나왔으니까 지능선이라고 봐야겠지요.
상장능선처럼 길지 않고 조금 짧은 것이 흠이지 조망권도 뛰어나고 바위 타는 재미가
쏠쏠한 곳이 바로 칼바위능선입니다.
올라가면서 보면은 전망대도 세 군데인데 산성쪽에 있는 마지막 전망대는 한쪽이 낭
떠러지라 조심을 해야하고 그 중에 두 번째 전망대가 위험하지도 않고 조망권도 가장
좋습니다.
지금은 5월이라 한창 신록이 덮여서 산성 돌담들이 희끗희끗 드문드문 보이고 대동문
도 머리만 보이지만 나뭇잎이 떨어지는 가을이면 뱀처럼 꾸불꾸불한 산성주능선길이
다 보입니다.
망루처럼 생긴 동장대도 보이고 삼각산의 주봉도 시야에 들어옵니다. 바로 옆에 붙어
있는 도봉산도 아스라이 조망되고 건너편의 수락산, 불암산도 흐릿하게 전망이 됩니다.
저는 오늘 내려가고 있습니다만 칼바위능선을 오르다보면 돌이 칼처럼 삐죽삐죽 튀
어나온 등산로가 있습니다.
이곳이 바로 칼바위능선 올라가는 하이라이트 구간입니다.
이곳은 무척 가팔라서 올라가는 사람은 엉금엉금 기어올라가야 하고 내려오는 사람
도 바로 서지를 못하고 엉덩이를 끌면서 내려와야 합니다.
하이라이트 구간을 내려오면은 사거리 이정표가 나오고 여기서부터는 편안한 흙길이
이어집니다. 정릉길과 빨래골, 그리고 아카데미탐방센터로 내려가는 사거리입니다.
저는 집이 가까운 아카데미탐방센터로 방향을 잡습니다. 이 길로 들어서면 이제부터는
산군들이 별로 없는 조용하고 호젓한 산길입니다.
골짜기로 곧장 내려가도 되지만 희망봉능선으로 발걸음을 잡습니다.
이 희방봉 능선은 구천폭포와 칼바위능선 사이의 작은 능선으로 능선끝에는 홍륜골샘
이라는 깨끗한 약수터가 있습니다.
가지고 온 물이 남아 있지만 약수 한바가지를 떠서 마십니다. 시원한 물과 아름답게
보이는 신록이 더없이 싱그럽고 평화로워 보입니다.
사람의 눈으로 보는 봄 산은 겉으로 무척 평화로워 보이지만 숲 안으로 들어가면 서
로 먹고 먹히는 숨막히는 치열한 생존투쟁이 벌어지고 있다고 하지요.
5월은 신록의 계절인 동시에 벌레들의 세상이기도 한데 오늘도 등산을 하면서 땅바
닥에서 나뭇잎에서 크고 작은 각양각색의 애벌레들을 만났습니다.
많은 나뭇잎들이 애벌레들의 습격을 받아 상처투성이지만 벌레들은 신기하게도 한
나무를 다 먹지 않고 남겨두지요.
나뭇잎 전체를 공격하면 나무가 말라죽고 나무가 말라죽으면 저들도 굶어죽는다는
것을 어떻게 아는지 미물이라는 벌레지만 그저 신통방통할 뿐입니다.
우리에게는 애벌레의 모양새가 징그러울지 모르지만 새들에게는 아주 맛있는 고단백
의 식품이지요.
나뭇잎이 있기에 애벌레가 있고 애벌레가 하위 먹이사슬을 형성하기에 숲이 살아 숨을
쉰다고 하니 자그마한 애벌레 한 마리도 소홀히 보아서는 안 되겠지요.
내려오는 길에 지난 달 4월 22일 구천폭포에서 보았던 올챙이 생각이 나 구천폭포로
가봅니다. 그 때는 움직임도 그리 활발하지 않고 덜 깨어난 알도 많았는데 오늘 보니
와! .......
흐름이 느린 곳에는 물 전체가 올챙이들도 바글바글합니다.
저 많은 것들이 다 무얼 먹고사나 싶기도 하고 천적은 없나 싶은데 사람이 가만히 나
비 두면은 아무리 많아도 먹이 부족으로 자연 소멸되거나 먹고 먹히면서 저희들 스스
로 다 알아서 조절을 하지요.
저 올챙이들이 물을 떠날 때쯤 다시 와 보리라 생각을 하지만 오게 될지 안 오게 될
지 저도 알 수가 없죠.
내가 보아주지 않아도 저들끼리 다 알아서 잘 떠날테니까요.
끝.