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 읽기·우리말·문학자료>/김소월의 시(詩)

여자(女子)의 냄새

흐르는 물(강북수유리) 2010. 4. 22. 18: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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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자(女子)의 냄새

 

 


푸른 구름의 옷 입은 달의 냄새.
붉은 구름의 옷 입은 해의 냄새
아니, 땀 냄새, 때묻은 냄새,
비에 맞아 추거운 살과 옷 냄새.

푸른 구름의 옷 입은 달의 냄새.
붉은 구름의 옷 입은 해의 냄새.
아니, 땀 냄새, 때묻은 냄새,
비에 맞아 추거운 살과 옷 냄새.

푸른 바다…… 어즐이는 배……
보드라운 그리운 어떤 목숨의
조그마한 푸릇한 그무러진 영(靈)
어우러져 비끼는 살의 아우성……

다시는 장사(葬事) 지나간 숲속의 냄새.
유령(幽靈) 실은 널뛰는 뱃간의 냄새.
생고기의 바다의 냄새.
늦은 봄의 하늘을 떠도는 냄새.

모래 둔덕 바람은 그물 안개를 불고
먼 거리의 불빛은 달 저녁을 울어라.
냄새 많은 그 몸이 좋습니다.
냄새 많은 그 몸이 좋습니다.

08.02.16/아침 9시 10분
▷ 추거운 : [형] 축축한.
▷ 어즐이는 : 어즐이는
▷ 그무러진 : [동] 그무레지다. 약간 침침해지며 흐릿하다.
▷ 어우러져 : [동] 어우르다. 한 덩어리가 되는.
▷ 장사(葬事) : [명] 죽은 사람을 묻거나 화장하는 일.
▷ 그물 안개 : 그물 모양의 안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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