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 읽기·우리말·문학자료>/김소월의 시(詩)

하다못해 죽어 달려가 올라

흐르는 물(강북수유리) 2010. 5. 5. 07:3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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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다못해 죽어 달려가 올라



아주 나는 바랄 것 더 없노라
빛이랴 허공이랴,
소리만 남은 내 노래를
바람에나 띄워서 보낼밖에.
하다못해 죽어 달려가 올라
좀 더 높은 데서나 보았으면!

한세상 다 살아도
살은 뒤 없을 것을,
내가 다 아노라 지금까지
살아서 이만큼 자랐으니.
예전에 지나 본 모든 일을
살았다고 이를 수 있를진댄!

물가의 닳아져 널린 굴꺼풀에
붉은 가시덤불 뻗어 늙고
어득어득 저문 날을
비바람에 울지는 돌무더니
하다못해 죽어 달려가 올라
밤의 고요한 때라도 지켰으면!


▷ 굴꺼풀 : 굴의 껍질.
▷ 어득어득 : 어둑어둑.
어득어득 - 몹시 어둑하다.
▷ 울지는 : 울부짖는.


08.02.26/ 10시 6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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