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 읽기·우리말·문학자료>/김소월의 시(詩)

합장(合掌)

흐르는 물(강북수유리) 2010. 5. 5. 07:3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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합장(合掌)


나들이. 단 두 몸이라. 밤 빛은 배여와라
아, 이거 봐, 우거진 나무 아래로 달 들어라.
우리는 말하며 걸었어라, 바람은 부는 대로.
등(燈)불 빛에 거리는 헤적여라, 희미(稀微)한 하느편(便)에
고이 밝은 그림자 아득이고
퍽도 가까힌, 풀밭에서 이슬이 번쩍여라.

밤은 막 깊어, 사방(四方)은 고요한데,
이마즉, 말도 안하고, 더 안가고,
길가에 우뚝하니. 눈감고 마주서서.

먼먼 산(山). 산(山)절의 절 종(鍾)소리. 달빛은 지새어라.

▷ 헤적여라 : 헤적거리는.
▷ 가까힌 : 가까운. 가까이에는.
▷ 이마즉 : 아마직. 거리의 정도를 나타내는 이만큼의 약한 말인 이마큼에 해당한다.
▷ 우뚝하니 : [부] 우두커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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