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 현대편
하마/T. S. 엘리어트
등이 멋없이 넙쩍한 하마 녀석
진흙 가운데 배를 깔고 자빠져 있다.
보기엔 아주 건장한 놈 같지만
겨우 살과 핏덩어리에 불과한 것이다.
살과 피는 힘없고 약하여,
신경의 충격에 견디기 어렵다.
그러나 진정한 교회는 끄떡 않음은
바다 위에 세워졌기 때문이다.
먹이나 줍고 있는 하마의 연약한 발은
잘못 딛는 수가 있지만,
진정한 교회는 가만히 있어도
배당이 굴러 들어오게 마련이다.
하마군은 망고나무의
망고 열매에 결코 닿지 않지만,
석류나 복숭아는
바다 건너서 교회의 먹이가 된다.
발정기의 하마군의 목소리는
목 쉬고 이상한 변성을 내지만
우리가 매주 듣는 교회의 목소리는
하느님과 더불어 있음을 기뻐하는 소리.
하마군의 하루는
낮에는 자고 밤엔 먹이를 찾는 일.
하느님의 일은 알고도 모를 일―
교회는 잠자며 동시에 먹는다.
나는 하마군이 날아서
습한 대초원에서 하늘에 오르고,
합창하는 천사들이 그를 에워싸고,
드높은 호산나로 하느님의 찬가를 부름을 보았다.
어린 양의 피로 씻기고
천사의 팔에 안겨
성자의 대열에 참여한 그는
황금의 거문고를 연주하리라.
그는 눈처럼 하얗게 씻겨
모든 순교한 처녀들의 키스를 받으려니
허나 참된 교회는 하계에 머물며
낡고 썩은 안개에 싸여 있으리라.
-시선집 『世界의 名詩』김희보 편저
2010-06-14 / 월요일 아침 7시 35분
엘리어트는 20세기 전반의 영―미시의 방향을 결정적인 것으로 만든 시인―극작가―비평가이다. 미국 미주리 주의 센트루이스에서 태어나, 하버드, 소르본느, 옥스퍼드 등의 대학에서 철학을 수학하였다.
학생 시대부터 전통적인 시를 썼으나 시먼즈의 「문학에서의 상징주의 운동」(1892)을 읽고, 프랑스의 상징파 시인들, 특히 베를렌, 라포르그, 콜비에르 등을 알게 되었고, 또한 단테, 보들레를, 던 등의 영향을 받으면서 그 때까지의 취향을 뒤집는 듯한 혁신적인 시를 발표하게 되었다.
1911년에 'J. 알프레드 푸루프로그 연가' 로 충격적인 등장을 한 이래로 계속 제 일선에 서서, 그의 발언은 끊임없는 문제를 던지면서 한없는 영향력을 행사하게 되었다. 그는 그리스도 교회가 힘을 지니는 이상 사회를 꿈꾸면서 「황무지」(1922)에서 현대의 지옥을 펼쳐 보였다.
런던에 정주하면서 작업을 해온 이 미국의 시인은 1928에 영국에 귀화하여 "종교에 있어서는 영국 국교회, 정치에 있어서는 왕당파, 문학에 있어서는 고전파" 라는 유명한 선언을 피력하였다. 우리는 그의 시를 가리켜 주지시(主知詩)란 말로 표현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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