근 한 달 가까이 지하 700m 갱도에서 갇혀 지내온 칠레 광부들에게 술과 담배를 줘라?
구조되기까지 앞으로 짧게는 두 달, 길게는 넉 달여를 땅속에 더 갇혀 있어야 하는 33명의 광부들에게 술과 담배를 공급하는 문제를 놓고 칠레 당국이 고민에 빠졌다.
▲ 지하 700m 갱도에 갇힌 33명의 광부들을 구출하기 위해 동원된 유압 굴착기 ‘스트라타 950’. 30t 무게의 이 굴착기는 하루 20m씩 파내려갈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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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달 31일(현지시간) 로이터통신에 따르면 매몰된 광부들은 공급받기를 원하는 물품 가운데 하나로 술과 담배를 꼽았다. 이에 구조 당국은 이들에게 정말 술과 담배를 줘도 되는지를 놓고 갑론을박을 벌였고, 논란 끝에 일단은 ‘시기상조’라는 결론을 내렸다. 제이미 마날리치 칠레 보건부 장관은 “광부들은 빛 한 줄기 들어오지 않는 무덥고 습한 곳에 갇혀 있다.”면서 “술을 구조물품에 추가해 달라는 간절한 요구가 있었으나, 그들의 영양상태를 생각하면 아직은 들어줄 수가 없다.”고 말했다. 지금까지 칠레 구조당국은 광부들에게 고단백, 고칼로리의 영양식품들만 제공해 왔다.
제발 담배를 피울 수 있게 해달라는 메시지를 올려보내는 광부들도 많아졌다. 구조현장에 파견된 미 항공우주국(NASA) 전문가들은 “매몰 상태로 장기전을 펼칠 이들에겐 삶의 낙을 찾을 수 있는 오락거리를 끊임없이 제공해야 한다.”면서도 “그러나 이제 막 갱도를 뚫는 작업에 들어간 만큼 공기오염 때문에라도 담배는 이르다.”고 조언했다. 구조당국은 당분간은 니코틴 패치와 껌을 담배 대용으로 내려보낼 것이라고 밝혔다.
황수정기자 sjh@seoul.co.kr
서울신문-2010-09-02 26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