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황영감의 말뚝론/이대흠
생땅은 말이여 말하자면 처녀진디
그라고 쾅쾅 친다고 박히는 것이 아니여
힘대로 망치질하다간 되레 땅이 썽질 내부러
박혀도 금방 흐물흐물해져불제
박은 듯 안 박은 듯 망치를 살살 다뤄사제
실실 문지르대끼 땅을 달래감서 박어서
땅이 몸을 내주제
그라다 인자 조깐 들어갔다 싶으면
그때부텀 기운대로 치는 거여 아먼
그라고 박힌 말뚝이라사 썩을 때까장 안 뽑히제
그래사 말뚝이제
-시집『귀가 서럽다』(창비시선 311. 2010)
2010-08-19 / 아침 9시 27분
뻘에 말뚝을 박는 법/함민복
뻘에 말뚝을 박으려면
긴 정치망 말이나 김 말도
짧은 새우 그물말이나 큰 말 잡아 줄 써개말도
말뚝을 잡고 손으로 또는 발로
좌우로 또는 앞뒤로 흔들어야 한다
힘으로 내리박는 것이 아니라
흔들다 보면 뻘이 물러지고 물기에 젖어
뻘이 말뚝을 품어 제 몸으로 빨아들일 때까지
좌우로 또는 앞뒤로 열심히 흔들어야 한다
뻘이 말뚝을 빨아들여 점점 빨리 깊이 빨아주어
정말 외설스럽다는 느낌이 올 때까지
흔들어주어야 한다
수평이 수직을 세워
그물 넝쿨을 걸고
물고기 열매를 주렁주렁 매달 상상을 하며
좌우로 또는 앞뒤로
흔들며 지그시 눌러주기만 하면 된다
-안도현 엮음『그 풍경을 나는 이제 사랑하려 하네』(이가서, 2006)
2010-09-10 / 22시 04분
초보자들은 그냥 힘이면 다 되는 줄 알고 막 두드리는데 그렇게 하면 부러지고 말지요.
그것이 경험자에게서 우러나오는 삶의 지혜인데
시에서도 힘을 많이 주면 그 시가 부러지고 말지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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