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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설주의보/고은
함박눈이 내리나부다
울음에
함박눈이 내리나부다
함박눈이 내리나부다
더 이상
노여울 수 없는
용산 철거민 유족들의
농성천막 위에도
강 건너
LG 쌍둥이 빌딩 옥상에도
함박눈이 내리나부다
밤 한 시 두 시쯤
함박눈이 내리나부다
돌아가신 어머니
10여 년 만에
돌아오시는 꿈속인가
내 잠결 뒤척여
내일 아침 농성천막 무너지나부다
-『문학들』(2009, 가을호)
2010-09-10 / 22시 15분
대설주의보/최승호
해일처럼 굽이치는 백색의 산들,
제설차 한 대 올 리 없는
깊은 백색의 골짜기를 메우며
굵은 눈발은 휘몰아치고,
쬐그마한 숯덩이만한 게 짧은 날개를 파닥이며…
굴뚝새가 눈보라 속으로 날아간다.
길 잃은 등산객이 있을 듯
외딴 두메마을 길 끊어놓을 듯
은하수가 펑펑 쏟아져 날아오듯 덤벼드는 눈,
다투어 몰려오는 힘찬 눈보라의 군다,
눈보라가 내리는 백색의 계엄령.
쬐그마한 숯덩이만한 게 짧은 날개를 파닥이며…
날아온다 꺼칠한 굴뚝새가
서둘러 뒷간에 몸을 감춘다.
그 어디에 부리부리한 솔개라도 도사리고 있다는 것일까.
길 잃고 굶주리는 산짐승들 있을 듯
눈더미의 무게로 소나무 가지들이 부러질 듯
다투어 몰려오는 힘찬 눈보라의 군다,
때죽나무와 때 끓이는 외딴집 굴뚝에
해일처럼 굽이치는 백색의 산과 골짜기에
눈보라가 내리는 백색의 계엄령.
<1983년>
(현대시 100년 - 시인 100명이 추천한 애송詩 100편 중 11편)
2010-09-10 / 22시 21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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