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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을/라이너 마리아 릴케

흐르는 물(강북수유리) 2010. 9. 25. 13: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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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을/라이너 마리아 릴케

 

 

 

나뭇잎이 떨어진다. 멀리서 떨어져 운다.
마치 하늘의 먼 정원이 시들고 있는 듯하다.
거부하는 몸짓으로 떨어지고 있다.


그리고 밤이 되면 이 무거운 지구는
모든 별들에서 떨어져 고독 속으로 잠긴다.


우리 모두가 떨어진다. 여기 이 손도 떨어진다.
다른 모든 것을 보라, 모두가 떨어진다.


그렇지만 모든 것이 이렇게 떨어지는 것을
양손으로 살짝 부드럽게 받아 주는 분이 계시다.

 

 

-김희보 엮음『세계의 명시』(종로서적, 1987)
2010-09-26 / 13시 13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