모기/김형영
모기들은 날면서 소리를 친다
모기들은 온몸으로 소리를 친다
여름밤 내내
저기,
위험한 짐승들 사이에서
모기들은 끝없이 소리를 친다
모기들은 살기 위해 소리를 친다
어둠을 헤매며
더러는 맞아 죽고
더러는 피하면서
모기들은 죽으면서도 소리를 친다
죽음은 곧 사는 길인 듯이
모기들,
모기들,
모기들,
모기들은 혼자서도 소리를 친다
모기들은 모기 소리로 소리를 친다
영원히 같은
모기 소리로……
(『모기들은 혼자서도 소리를 친다』.문학과지성사. 1979 )
(문학과지성사 한국문학선집 1900∼2000. 4편 수록 중 1편. 2007)
올해는 비가 많아서인지 한여름 모기 없이 잘났다 싶었는데 가을이 오는 요즘 때늦게 모기들이 극성을 부립니다. 그래서 때늦게 애들 방마다 모기장을 쳤는데요 모기는 좋아하는 사람이 따로 있다지요. 붙임성 없고 융통성 없는 저 같은 사람에겐 정 붙이기 싫다는 듯이 누구에게나 다붓다붓한 옆 사람을 좋아합니다.
안 달라붙어서 좋기는 합니다만 제 마음을 읽힌 것 같아 한편으론 섭섭하기도 합니다. 모기가 오라고 말로 한다고 해서 저한테 오는 것도 아니고요, 그렇다고 그 동안 지켜온 자존심 구겨가며 피 한 바가지 퍼다놓고 청탁을 할 수도 없는 일이거든요.
털면 먼지 안 나는 사람 없다지만 국회의 청문회장에는 늘 피가 넘쳐나더군요. 대한민국의 모기들은 쓸데없는 스펨문자나 스펨메일을 아무한테나 막 보내지 말고 수신지를 국회로 했으면 좋겠네요. 경비가 철저하게 지키고 있다 해도 그대들만의 특기가 있잖아요. 틈, 틈으로 들어가서 아낌없이 침을 쏴 버리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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