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를♠읽고 -수필

하늘연인/김백겸

흐르는 물(강북수유리) 2010. 9. 29. 19:2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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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늘연인/김백겸

 

 

아무 생각도 없이
만년 잠을 자고 있다고 믿은
바위의 틈 속으로도 무엇인가 뱀처럼 구멍을 파고든다
느티나무아래 평화롭게 언덕이 누워있고 시냇물이 흐르던
마을에서도 어떤 위험한 사건이 방화처럼 발생한다
무엇인가
아직 날이 밝지 않은 새벽에 샘물처럼 콸콸 터져 흐르더니
아직 날이 저물지 않은 황혼에 얼음처럼 얼어붙는다

 

과거에 화려한 신부였으며
미래에 무덤에 누울 반려자였으나
지금은 악처로 살면서 희로애락의 바가지를 긁는 당신
귀에 캄캄한 바람으로 들어와 앉은 당신
눈에서 밝은 벌레로 기어나가 온 세상의 풍경을 깨물어보는 당신
수천의 손가락과 발가락으로 시간의 육체를 모두 만져보고도
애욕이 멈추지 않아 또 다른 연인을 꿈꾸는 당신
청첩장에 이름을 붙일 수 없는 당신


<비밀 방>시선사
- 「하늘 연인」열음사. 조명숙 엮음

 


안방극장을 차지하고 있는 인기드라마의 내용을 보면 세 가지가 단골 메뉴라고 합니다. 주인공이 어떤 사고로 인하여 기억상실증에 걸리거나 출생의 비밀이 있거나 또 하나는 남녀관계가 복잡하게 얽히는 불륜관계라고 합니다. '하늘 연인' 이라는 제목의 시를 보다가 문득 몇 년 전에 보았던 신문 기사의 글이 생각이 나서 옮겨와 보았습니다.

 

 


기억잃은 50대女 前남편 재혼않고 ‘순애보 사랑’


불의의 사고로 기억을 잃어 가족과 헤어진 채 새 삶을 살던 50대 여성이 20여년만에 극적으로 가족과 상봉했지만 부부의 엇갈린 삶이 주위를 안타깝게 하고 있다. 제주도에서 1남2녀를 둔 평범한 주부로 생활하던 A(58·여)씨는 지난 81년 부산에 왔다가 불의의 교통사고를 당하고 말았다.

 

사고 후유증으로 기억을 잃은 A씨는 사고 당시 자신을 구조하고 간호해준 B(53)씨와 결혼해 B씨의 고향인 영월에서 새 삶을 살게 됐다. 그러던 중 B씨와의 사이에서 낳은 아들의 군입대 때문에 호적정리가 필요해졌고 무적상태였던 A씨는 경찰의 도움으로 신원파악에 나섰다.

 

3개월 남짓 추적 끝에 경찰은 제주도 서귀포시에 사는 A씨의 가족들을 찾아냈고, A씨는 24년간 재혼도 하지 않은 남편과 세 자녀가 오랫동안 자신을 기다리고 있다는 사실을 알게 됐다.

이후 설을 하루 앞둔 지난 8일 A씨는 제주도에서 찾아온 딸(35)과 마침내 극적인 상봉을 했지만 24년만에 만난 어머니를 보고 통곡하는 딸과 달리, A씨는 끝내 기억을 되찾지 못한 채 멋쩍은 만남을 접어야 했다.

 

A씨의 신원을 파악해 가족과의 만남을 주선한 영월경찰서 박은혁 경장은 "A씨에게는 20여년만에 가족을 만난 기쁨보다 이후 두 가족 사이에서 어떻게 살아야 할지에 대한 고민이 더 큰 것 같다.”고 말했다.

 

잃어버린 기억 속의 가족은 찾았지만 지금의 가족을 외면할 수 없는 A씨와 24년간 기다려온 아내가 새 가정을 꾸린 사실을 알게 된 남편, 함께 살아온 아내에게 또 다른 가족이 있음을 알게 된 B씨,그리고 A씨의 자녀들은 모두 큰 고민에 빠졌다.


<영월 조한종기자 기사일자 : 2005-02-11 22:20:5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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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떤 방송국에서 위의 글과 비슷한 내용의 드라마가 방영되었습니다. 주인공 설정이 여자가 아니라 남자가 교통사고로 기억상실증에 걸리고 구해 준 여인과 함께 동거를 하게 됩니다. 이런 것을 두고 인생은 드라마라고 했는지도 모르겠지만 실제로 이런 일이 일어날 수 있다고는 생각을 해보지 않았습니다. 전 남편은 어느 날 행방불명된 아내를 기다리며 재혼도 안 하고 세 자녀를 키워 왔는데 기억이 없는 아내를 만나고 난 뒤의 심정은 오히려 더 착잡할 것만 같습니다.

 

만약 이들이 아무런 사고 없이 평범한 일상을 살아왔다면 시 속에 부부처럼 성질이 맞지 않아 말다툼도 하였을 것이고 의견충돌로 티격태격 불협화음을 일으키며 때로는 안볼 듯이 크게 대판 싸우기도 하였을 것입니다. 흉도 보고 흠도 잡으며 다음에 다시 태어나면 다른 사람을 만나고 싶다는 모진 말도 하였을 것입니다. 그러나 악부 악처라 하더라도 한 번 만나서 늙어서 죽을 때까지 만난 그 한 사람이 <하늘 연인> 이 아닐까 생각을 해 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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