엑스트라/김지송
유리 밖, 아스팔트에 빛살 긋는 자동차들
자오록한 땅안개가 꿈결인 양 뒤척이는
설 깨인 새벽 여섯시, 소리 삼킨 버스 안
리허설 없는 연극, 제 일 막이 올라갔어
가슴 벽 느루 스미는 헤즐넛 향기처럼
살그래 벼랑 끝으로 한 발 한 발 내디뎠어
겹치기 출연에도 보이지 않는 빼곡한 길
어떤 슬픔 고여 있어 유리창이 눈물 쏟나
나야 나 잘 지내고 있지? 소리 없이 꽃은 지고
헤드라이트 손 내밀듯 개런티도 없는 섭외
볕뉘의 따사로움 눈꺼풀에 내려앉을 때
누군가 잊혀져가는 꽃 그 안부가 그리웠어
-중앙시조 백일장 2006. 4 <장원작>
매서운 한파처럼 미국발 국제금융위기로 촉발된 불황이 수출해서 먹고사는 우리나라 강산을 툰드라지대로 만들고 있습니다. 조선, 건설 등 여파가 미치는 곳이 한 두 군데가 아니지만 그중 자동차산업의 위축이 두드러져 보입니다. 중국사람이 최대주주인 한 자동차 회사는 70%의 감원 이야기가 나오고 회사마다 긴 휴가에 들어가는 등 회사는 회사대로 노동자는 노동자대로 자구책에 여념이 없습니다.
해고나 감원, 인위적인 구조조정보다는 임금을 동결하거나 삭감을 하고 근무방식을 바꾸어서 일자리 나누며 불황을 견디려고 안간힘을 쓰고 있습니다. 그러나 여러 가지 방법을 동원하고 힘을 써도 소외되고 밀려나는 아픔을 겪는 사람들이 있습니다. 비정규직이고 일용직이고 임시직 근로자들입니다.
인생은 연극처럼 절찬리에 상연을 해도 다시 무대에 올릴 수도 없는데 리허설도 없다 보니 사업에 실패를 하면 벼랑 끝으로 몰릴 수도 있고 투잡, 쓰리잡을 해도 수입이 변변찮다 보니 명절에 친인척도 못 찾아 뵙고 살기에 급급하다 보니 동창회 친구도 각종 동호회 모임도 다 깨어집니다.
살아있으면서 누군가에게서 잊혀진다는 것, 누군가에게서 멀어진다는 것은 삶의 또 다른 언저리 아픔이고 귀퉁이의 외로움이겠지요. 못 만나다 보니 잊혀지고 잊혀져 가는 그리움이 안타까워 꽃 안부를 전합니다. "나야 나, 여전히 잘 지내고 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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