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6회 푸른문학상 ‘새로운 시인상’ 수상작>
곽 해 룡
면발 뽑는 아저씨
우리 동네 옛날 자장면 집
면발 뽑는 아저씨.
밀가루 반죽을 탕탕 치다가
한 번 포개어 늘리면 두 발
두 번 늘리면 네 발
일곱 번 늘리면 백스물여덟 발.
집에 가면
나만한 아들이 있다는 아저씨.
아들을 못 본 지
1년이 넘었다는 아저씨.
아저씨가 뽑은 면발을 길게 이으면
언젠가는
아저씨 집에까지 닿을 수 있을까?
오늘도 잠자코 면발을 늘리는,
연변에서 온 아저씨.
매미 허물
소나무 둥치에 붙은
매미 허물.
속이 텅 비었다.
등에는
찢긴 자국
저런 자국,
우리 엄마 배에도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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개 이름
행복이, 사랑이
고운 우리말 놔 두고
해피, 허니
왜 영어로 짓나, 개 이름
고운 우리말
개한테 주기는 아까워서 그럴 테지.
고속전철
성난 뱀 한 마리
쉭쉭 지나간다.
머리도 흔들고
몸도 흔들고
꼬리도 흔들더니
굴 속으로
쉭 사라진다.
나올 때는
입에
커다란 들쥐 한 마리 물고 있겠다.
날개
벌레에게 먹힌
여린 나뭇잎
이듬해 봄이면
호랑나비 날개가 된다.
수채*에게 먹힌
어린 물고기
여름이면
왕잠자리 날개가 된다.
그물맥만 남긴 나뭇잎이
꽃잎에 앉았다.
가시만 남긴 어린 물고기가
하늘을 난다.
.................................
*수채 : 잠자리 애벌레
나만 미워하는 엄마
길을 가다 동생이
“엄마, 개미!” 하면
“개미가 우리 미소랑 친구하고 싶은가 보네.”
하며 동생 옆에 나란히 앉는 엄마
길을 가다 내가
“엄마, 지렁이!” 하면
“빨리 안 따라오고 뭐 해!”
하며 눈 흘기는 엄마
나뭇잎에 달린 빗방울 보고 동생이
“엄마, 나뭇잎에 눈물이 달렸어!” 하면
“나무가 슬픈 일이 있나 보네.”
하며 동생 등을 토닥여 주는 엄마
방충망에 달린 노린재를 보고 내가
“엄마, 노린재가 나랑 놀고 싶은가 봐!” 하면
“너, 공부 안하고 뭐 하니!”
하고 소리 지르는 엄마
감기
기침을 하자
출렁출렁
몸이 흔들린다.
출렁출렁
병원 침대도 흔들린다.
내 몸이 자꾸
어디로 떠내려간다.
주사를 맞고 한숨 잤더니
기침이 멎었다.
떠내려갔던 몸이
다시 돌아왔다.
강아지풀
하늘 쳐다보며
반갑게 꼬리치던
강아지풀
갑자기
벌벌 떤다.
강아지 모양으로
떠가던 구름
갑자기
호랑이로 바뀌었나 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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할머니
할머니가
길을 간다.
숟가락을 꽂은
쪽머리가 먼저 가고
무명옷을 걸친 몸뚱이가
따라간다.
뒤로 쑥 내민 엉덩이는
몸뚱이를 따라간다.
헌 넥타이에 질끈 묶여
따라간다.
막내 고모
뇌성마비 막내 고모는
눈도 삐뚤
입도 삐뚤
말도 삐뚤삐뚤하다.
막내 고모 말하는 걸
보고 있으면
내 입도 삐뚤삐뚤해진다.
입도 삐뚤
손목도 삐뚤
막내 고모는
밥알 하나 흘리지 않는다.
밥 먹는 막내 고모
보고 있으면
수저를 쥔 내 손에
힘이 꽉 주어진다.
<가져온 곳>
곽 해 룡
1965년 전남 해남에서 태어났으며, 2007년 제15회' 눈높이 아동문학상'을 수상하며 작품 활동을 시작했다. 현재, 아이들에게 바둑을 가르치고 있다.
▶<수상 소감> 보러가기 ▶<심사 소감> 보러가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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