흔들릴 때마다 한 잔
甘泰俊
포장술집에는 두 꾼이, 멀리 뒷산에는 단풍 쓴 나무들이 가을비에 흔들린다 흔들려, 흔들릴 때마다 독하게 한잔씩, 도무지 취하지 않는 막걸리에서 막걸리로, 소주에서 소주로 한 얼굴을 더 쓰고 다시 소주로, 꾼 옆에는 반쯤 죽은 주모가 죽은 참새를 굽고 있다, 한놈은 너고 한놈은 나다, 접시 위에 차례로 놓이는 날개를 씹으며, 꾼 옆에도 꾼이 판 없이 떠도는 마음에 또 한잔, 젖은 담배에 몇 번이나 성냥불을 댕긴다, 이제부터 시작이야, 포장 사이로 나간 길은 빗속에 흐늘흐늘 이리저리 풀리고, 가뭇한 연기처럼, 사라져야 별수없이, 다만 다같이 풀리는 기쁨, 멀리 뒷산에는 문득 나무들이 손 쳐들고 일어서서 단풍을 털고 있다
- 現代試選集『70年代젊은詩人들』(文學世界史, 1981)
흔들릴 때마다 한 잔
감태준
포장술집에는 두 꾼이, 멀리 뒷산에는 단풍 쓴 나무들이 가을비에 흔들린다 흔들려, 흔들릴 때마다 한잔씩, 도무지 취하지 않는 막걸리에서 막걸리로, 소주에서 소주로 한 얼굴을 더 쓰고 다시 소주로, 꾼 옆에는 반쯤 죽은 주모가 살아 있는 참새를 굽고 있다, 한놈은 너고 한놈은 나다, 접시 위에 차례로 놓이는 날개를 씹으며, 꾼 옆에도 꾼이 판 없이 떠도는 마음에 또 한잔, 젖은 담배에 몇 번이나 성냥불을 댕긴다, 이제부터 시작이야, 포장 사이로 나간 길은 빗속에 흐늘흐늘 이리저리 풀리고, 가뭇한 연기처럼, 사라져야 별수없이, 다만 다같이 풀리는 기쁨, 멀리 뒷산에는 문득 나무들이 손 쳐들고 일어서서 단풍을 털고 있다
(『몸 바뀐 사람들』.일지사. 1978 )
(문학과지성사 한국문학선집 1900∼2000. 4편 수록 중 1편. 2007)
'현대시선집' 이라는 오래된 시집을 들춰보다가 이 시를 보았다. 몇 년 전에 보았던 시인데 이 시가 현대시 100년 기념으로 문지에서 나온 '한국문학선집'에서 본 기억이 나 둘을 같이 읽어보았다. 그런데 오래된 시집의 연도(1981)가 '한국문학선집'에서 참고로 한 시집(1978)보다 2년 늦게 나왔다.
전자제품은 나중에 나온 제품이 업그레이드 됐다고 하여 성능이 향상되기 마련인데 시도 그러한지 모르겠다. 위의 시에서는 2행 "흔들릴 때마다 '독하게' 한잔씩", 아래 시에서는 이 '독하게' 가 없다. 연도로 봐서는 '독하게' 를 추가한 것이 되고 위의 시 3행 "반쯤 죽은 주모가 '죽은' 참새를 굽고 있다", 아래 시에서는 "반쯤 죽은 주모가 '살아 있는' 참새를 굽고 있다," '살아 있는' 참새가 '죽은' 참새로 수정이 되어 있다.
뒤 이어 나오는 '한놈은 너고 한놈은 나로' 봐서 사람을 참새로 치환했다면 살아 있는 참새를 굽는 것으로 써도 무방할 듯 한데 '살아 있는'을 '죽은'으로 싯적인 언어에서 일반 문맥에 맞게 고쳤다.
전자제품은 나중에 업그레이드 되어 나온 제품이 성능이 향상되어 쉽고 쓰기에도 편리하지만 시는 전자제품과 달리 처음의 고양된 감정으로 쓴 시가 감정 전달에 좋은 것 같기도 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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