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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를 통해 가벼워지다”
2003년《부산일보》신춘문예로 등단한 신정민 시인의 첫 시집. 하나같이 개성 있는 시인의 목소리를 선보이고 있는 ‘애지시선’ 시리즈 18번째인 『꽃들이 딸꾹』은 2007 문화예술위원회 우수시로 선정된 ‘맨 처음의 사과’(「맨 처음」)에서 시작하여 ‘공원묘지의 마침표’(「공원묘지」)로 마감된다. 등단 이후 최근작까지 선별하여 총 56편이 묶여 있다.
신정민 시인의 시는 시작과 끝, 삶과 죽음의 경계가 확실하다. 시인은 생명의 현장에서 부패와 소멸의 기운을 함께 읽어내고 죽음의 공간에서 부활과 생기를 끄집어 내고자 한다. 즉, “썩으면서 익어가는 지점(맨 처음), 날아다니는 것과 떨어지는 것(큰눈무늬나방), 돌아오고 돌아가는 것(부메랑), 시작되고 끝나는 지점(공원묘지) 등으로” 이어지는 신정민의 시는 “그 낱낱을 포착하는 시선이 웅숭깊다”(최영철 시인).
그래서 사람이 가장 두려워하는 높이인 13미터를 ‘하루’에 견주고 있는 시인은 가장 소중한 것은 지금 바로 이 순간임을 응시한다. “하루하루가 벼랑 끝인 자에겐/ 늘 걷던 멀쩡한 길에도 절벽이 있다”(「뛰어내리다」),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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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를 통해 가벼워지다”
2003년《부산일보》신춘문예로 등단한 신정민 시인의 첫 시집. 하나같이 개성 있는 시인의 목소리를 선보이고 있는 ‘애지시선’ 시리즈 18번째인 『꽃들이 딸꾹』은 2007 문화예술위원회 우수시로 선정된 ‘맨 처음의 사과’(「맨 처음」)에서 시작하여 ‘공원묘지의 마침표’(「공원묘지」)로 마감된다. 등단 이후 최근작까지 선별하여 총 56편이 묶여 있다.
신정민 시인의 시는 시작과 끝, 삶과 죽음의 경계가 확실하다. 시인은 생명의 현장에서 부패와 소멸의 기운을 함께 읽어내고 죽음의 공간에서 부활과 생기를 끄집어 내고자 한다. 즉, “썩으면서 익어가는 지점(맨 처음), 날아다니는 것과 떨어지는 것(큰눈무늬나방), 돌아오고 돌아가는 것(부메랑), 시작되고 끝나는 지점(공원묘지) 등으로” 이어지는 신정민의 시는 “그 낱낱을 포착하는 시선이 웅숭깊다”(최영철 시인).
그래서 사람이 가장 두려워하는 높이인 13미터를 ‘하루’에 견주고 있는 시인은 가장 소중한 것은 지금 바로 이 순간임을 응시한다. “하루하루가 벼랑 끝인 자에겐/ 늘 걷던 멀쩡한 길에도 절벽이 있다”(「뛰어내리다」), “도대체 하루는 몇 마리의 말이 끌고 있는 걸까”(「마력」) 등 하루의 궤적을 쫓으며 시인은 “아직 귀가하지 않은 누군가의/ 불 꺼진 창문을 돋을새김”(「모노타이프」)할 수 있기를 원한다. 오태호 평론가는 “하루 동안 얻어진 이미지와 감각과 풍경을 조각칼로 누비듯이 새기며 종이 한 장으로 빚어내는 장인 정신은 인생이 ‘모노타이프’의 연속인 불가역적 세계에 해당함을 보여준다.”고 해설을 통해 말한다. “살아가면서 부딪히는 많은 경험들이 때로 무거운 짐이 될 때가 있는데, 시를 통해 나는 가벼워진다. 간직해야할 것과 버릴 것을 시를 통해 배운다.”
그러므로 시인은 지나온 삶의 기억을 유영하며 용연향을 뿜어내는 ‘향유고래’가 되기도 하고, ‘아무르 불가사리’나 ‘미스터 아수라’로 변이하기도 하지만 결국엔 끊임없는 죄의식과 두려움 속에 하루하루를 버텨내는 존재의 숙명을 성찰한다. 유홍준 시인의 표현을 빌리자면, “찰싹, 대상과 살을 붙이고 아랫배를 붙이고” 가슴으로 쓴 시다.
한편, “가둘 수囚 쓸 때/한 귀퉁이 슬쩍 열어두는 일/잊지 마시길” (「창窓」)당부하는 시인의 따뜻한 마음이 시집 전편에 녹아 있다.
바야흐로 꽃이 피어나는 계절이다. 나는 네가 있어 존재한다는 것, 나도 너도 소중하다는 것, 작고 낮은 것들, 가난하고 못생긴 것들, 부족하고 지친 우리 생의 모든 상처들도 꽃을 피운다는 것을 그려낸 시선이 돋보인다. |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