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읽어본 신문·건강정보>/<책(시집)>

스피노자는 왜 라이프니츠를 몰래 만났나

흐르는 물(강북수유리) 2012. 10. 20. 15:3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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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피노자와 라이프니츠라는 두 사상가를 이데올로기의 격전장에 나선 전사로 캐스팅해

형이상학적 주제로 진검 승부를 겨루게 하는 흥미진진한 책. - <New York Times Book Review>

 

누구라도 몰입하게 된다. 철저하고, 잘 읽히며,

지적인 역사물이라는 새로운 장르를 탄생시킨 책. - <The Economist>

 

 

야심에 찬 만능인과 불온한 이단자의 불꽃 튀는 대결

지적 호기심을 한없이 자극하는 흡인력 넘치는 이야기!

 

《스피노자는 왜 라이프니츠를 몰래 만났나》는 17세기를 대표하는 두 천재 스피노자와 라이프니츠의 짧은 만남을 중심으로 삼아 두 철학자의 파란만장한 삶과 사상을 한 편의 이야기로 창조해낸 흥미진진한 철학적 모험담이다. 스피노자와 라이프니츠가 필생의 주제로 삼아 분투했던 고민의 핵심을 쉽고 친절하게 알려주는 철학 교양서이자, 역사의 낡은 책장 속에 박제된 두 인물을 생생한 현실의 인간으로 살려낸 매혹적인 평전이다.

매튜 스튜어트는 탄탄한 철학 지식과 뛰어난 이야기꾼의 재능을 발휘하여 실제로 일어났던 철학사의 결정적인 한 장면을 마치 한 편의 추리 소설처럼 엮어낸다. 두 철학자의 삶과 역사와 철학을 절묘하게 결합하여 인문학적 호기심과 철학적 재미를 두루 충족시켜주며, 몹시 난해한 개념으로 알려진 스피노자의 ‘신(God)=자연’과 라이프니츠의 ‘모나드(monad)’ 개념을 더없이 쉽고 명쾌하게 설명해준다. 이 책 안에서 스피노자의 ‘신’은 라이프니츠의 ‘모나드’와 사유의 전장에서 만나 한판 전쟁을 벌인다.

 

 

철학의 격전장에 나선 두 전사의 양보 없는 결투!

 

1676년 11월 찬바람이 불던 어느 가을날, 젊은 남자가 헤이그에 도착해 운하 옆 작은 벽돌집 2층 다락방으로 올라갔다. 진한 향수 냄새를 풍기는 도회풍의 그 젊은 남자는 수수한 옷차림을 한 중년의 남자와 마주앉았다. 아무것도 가진 것 없지만 눈빛만은 한없이 투명하고 깊어서 세상의 비밀을 다 꿰뚫어보는 듯한 남자였다. 한 사람은 미적분의 고안자이고 마인츠의 전직 추밀고문관이며, 얼마 전 하노버 공작의 신임 사서로 임명된 서른 살의 야심만만한 만능 철학자 라이프니츠였다. 그 철학자를 맞아들인 다른 남자는 당대의 가장 위험한 두뇌로 악명을 떨침과 동시에 탁월한 지성으로 유럽 지식 세계를 전율시킨 마흔네 살의 불온한 은둔자 스피노자였다. 스피노자를 만나는 일은 그 자체로 전도유망한 삶이 끝장날 수 있는 위험천만한 모험이었다. 세상으로부터 자신을 숨긴 스피노자는 왜 라이프니츠에게 문을 열어주었으며, 라이프니츠는 왜 그토록 위험한 도전을 감행했을까? 철학사의 가장 은밀하고도 위험한 만남에서 두 천재 철학자는 도대체 무슨 이야기를 주고받았던 것일까?

 

스피노자는 이중으로 추방당한 자였다. 유대 공동체에서는 이단자로 몰려 파문당했고 기독교 세계에서는 무신론자 유대인으로 낙인찍혔다. “쇠사슬로 묶어놓고 몽둥이 매질을 해야 마땅한 미치광이 악한”이라는 비난이 그를 따라다녔다. 암살 위협까지 받게 되자 그는 고향 암스테르담을 떠나 헤이그로 숨어들었다. 이 이중 망명자는 하숙집 다락방에서 낮에는 광학용 렌즈를 갈고 닦고, 밤에는 촛불 아래서 자신의 철학 체계를 갈고 닦았다. 그는 억압적인 신권정체 타도와 자유로운 민주정체 수립을 주장한 근대 최초의 정치 철학자이자 급진 혁명가였다. 이 사유의 전복자는 지극히 청렴하고 겸손하고 조용한 삶을 살았다.

 

라이프니츠는 세상 모든 것에 관심을 품은 ‘옴니마니아(omnimania)’였다. 철학사에서 가장 다재다능한 천재로 꼽히는 라이프니츠는 철학, 수학, 물리학, 기계 기술, 지리학, 법학, 어학에 두루 능통했다. 레오나르도 다 빈치 정도가 그에게 비견될 만한 천재였다. 그는 유럽의 평화를 위해 프랑스 루이 14세에게 제2의 십자군 원정을 제안하기도 했다. 라이프니츠는 모든 사상의 중재자가 되겠다는 거대한 야심을 품었고, 무너져 가는 기독교 세계를 재통합하는 ‘기독교 국가’ 건설을 꿈꾸었다. 그러나 그의 야심은 스피노자의 철학을 만나 격하게 흔들렸다.

 

저자는 스피노자와 라이프니츠의 삶과 사상을 촘촘하게 엮어 역사 소설과 같은 흥미진진한 이야기로 직조한다. 화려하게 치장한 젊은 궁정인은 검소한 다락방 철학자와 격론을 벌인다. 스피노자와 라이프니츠의 생각은 300년이 지난 오늘날에도 여전히 현재적 문제의식으로 생동한다. 17세기는 철학하는 것이 목숨을 담보로 하는 위태로운 시대였으며 동시에 그 위태로운 시대를 별처럼 빛냈던 불온한 천재들의 시대였다. 이 잘 짜인 철학적 모험담은 그 17세기를 강타한 천재적 사상들의 대결을 한 편의 드라마로 되살려낸다. 

 

 

“스피노자는 사과나무와 아무 관련이 없다”

“내일 지구가 멸망하더라도 나는 오늘 한 그루의 사과나무를 심겠다.” 이 경구는 스피노자가 한 말로 널리 알려져 있다. 하지만 스피노자는 이런 말을 한 적이 없다. 스피노자가 쓴 글이나 그와 관련된 어떤 일화에도 ‘사과나무’에 관련된 이야기는 찾을 수 없다. 그렇다면 대체 어디에서 나온 이야기일까?

유럽에서는 종교개혁의 아버지 마르틴 루터가 일기장에 적은 글귀로 널리 알려져 있다. 루터가 1498년부터 1501년까지 라틴어 학교를 다닐 때 머물렀던 아이제나흐의 이층집 앞에는 “그리고, 내일 세상이 멸망함을 알지라도 나는 오늘 사과나무를 심겠다.”라고 새겨진 기념비가 사과나무 한 그루와 함께 서 있다고 한다.

‘스피노자의 사과나무’는 스피노자에게 경건하고 독실한 종교인의 이미지를 부여했다. 그러나 그가 살았던 17세기에 스피노자는 이 세상에서 ‘신을 추방하려는 사악한 책을 쓴 가장 위험하고 과격한 이단자’로 알려져 있었다. 실제로도 스피노자는 중세 기독교 세계의 틀을 뿌리에서부터 뒤흔든 급진 혁명가였다.

 

 

 

스피노자와 라이프니츠의 만남에서 어떤 일이 일어났나? 

 

 

구름 낀 오후가 덜거덕거리는 창유리를 뚫고 집안으로 스며든다. 밖에서는, 가을 낙엽들이 도시의 질서에 무자비한 공격을 퍼부으며 스쳐 지나간다. 위층에서는 어린아이들이 삐걱거리는 마루청 위에서 다투고 우는 소리를 내며 돌아다닌다. 묽은 닭고기 수프의 따뜻한 냄새가 방안의 공기를 채운다. 파빌륜스흐라흐트에 있는 그 집 거실에서 두 사람이 작은 나무 탁자를 사이에 두고 열띤 토론을 벌이고 있다. 한 사람은 젊음과 정력으로 가득 차 있으며, 유행하는 옷차림을 하고 있다. 그의 트레이드마크인 가발은 이마 위로 불룩 솟아 있다가 아마도 11월의 거센 바람을 맞아 살짝 흐트러졌을 것이다. 다른 한 사람은 나이가 더 들었고, 간편한 셔츠를 입었으며, 그가 가진 다섯 장의 손수건 중 하나에다 너무 자주 기침을 해대고 있었다. 상상해보건대, 이런 모습이 아마도 라이프니츠와 스피노자가 1676년에 헤이그에서 만났을 때의 풍경이 아니었을까.

 

17세기의 가장 위대한 두 철학자의 만남은 며칠 동안 계속되었다. 하지만 헤이그를 떠난 후 라이프니츠는 만남 자체를 부인하거나 애써 의미를 축소하려 했다. 라이프니츠는 헤이그를 거쳐 지나가는 길에 동료 철학자에게 잠시 들렀던 것뿐이라고 마지못해 둘러댔다. 그 여행에서 누구의 무슨 철학을 어떻게 알게 되었든지 간에 자기는 그것이 너무나 형편없다고 생각했기 때문에 굳이 “반박하느라 시간을 낭비하지 않았다.”고 말했다. 그러나 모두 사실이 아니었다.

 

 

헤이그의 은둔한 혁명가 대 하노버의 젊은 궁정대신

스피노자는 초월적인 인격신의 존재를 부정함으로써 유대 공동체에서 파문당했을 뿐 아니라 기독교 세계에서 ‘사악한 무신론자’로 낙인찍힌 위험한 철학자였다. 1670년에 성서를 역사적으로 해석하고 신권정체 타도와 민주정체를 주장하는 《신학정치론》을 발표한 뒤로 스피노자는 매우 심각한 박해의 위협에 시달렸다. 늘 신변의 안전을 염려해야 했던 스피노자는 서신 왕래를 할 때 가시 돋친 장미와 다음의 한 단어가 새겨진 도장 반지를 활용했다. 그것은 바로 ‘Caute’, 즉 ‘조심’이었다.

 

1676년 가을이 가까워 왔을 무렵, 바뤼흐 스피노자(Baruch Spinoza)는 신변의 안전을 염려해야 할 만한 충분한 이유가 있었다. 스피노자와 가까웠던 한 동료가 얼마 전에 처형되었으며, 다른 동료는 감옥에서 죽었다. 결정적인 저술인《에티카(Ethica)》를 출간하려는 스피노자의 노력은 법정 고발의 위협 속에 물거품이 되고 말았다. 프랑스의 한 유력한 신학자는 스피노자를 가리켜 “이 시대에 가장 불경스럽고 가장 위험한 자”라고 비난했다. 권세 높은 어떤 주교는 “쇠사슬로 묶어놓고 몽둥이 매질을 해야 마땅한 미치광이 악한”이라고 스피노자를 비난했다. ― 프롤로그․11쪽에서

 

라이프니츠에게도 스피노자와의 만남은 독일과 프랑스의 궁정을 넘나들며 화려한 출세의 사다리를 오르고 있던 자신의 경력을 단번에 끝장낼 수 있는 위험한 도박이었다. 당시 서른 살에 불과했던 라이프니츠는 이미 유럽이 배출한 최후의 만능 천재임을 만천하에 공언할 수 있을 정도의 인물이었다. 스물한 살에 법학 박사 학위를 받은 그는 벌써 수학 분야에서 미적분학을 고안해낸 상태였으며, 화학, 시각(時刻) 측정, 지질학, 역사 편찬, 법학, 언어학, 광학(光學), 철학, 물리학, 시학, 정치 이론 등 거의 전 분야에 걸쳐 자신이 공헌한 업적들의 긴 목록을 일찌감치 채워 두고 있었다. 그런데 왜 라이프니츠는 자신의 자리는 물론이고 목숨까지 위태롭게 만들지도 모를 위험한 모험, ‘불경한 이단자’ 스피노자를 찾아가는 모험을 감행한 것일까?

 

 

단 한 장의 메모에 담긴 비밀

스피노자와 라이프니츠의 만남을 증명하는 직접적인 증거는 단 한 장의 종이뿐이다. 1890년에 처음 출간된 문제의 그 증거는 ‘가장 완벽한 존재가 존재한다’라는 제목으로 라이프니츠가 쓴 한 장짜리 문건이다. 라이프니츠가 그 종이의 여백에 적어놓은 기록에 따르면, 라이프니츠는 스피노자의 눈앞에서 그 글을 직접 읽어주었다고 한다. 그 한 장의 종이에는 모든 면에서 완벽한 존재, 즉 ‘신’이 존재한다는 것을 논리적으로 증명하는 내용이 담겨 있었다. 그들의 토론 주제는 결국 이 한 단어로 압축된다. 바로 ‘신’이다. 스피노자는 기독교의 하느님으로 대표되는 초월적인 인격신에게 이제 그만 인류에게서 떠날 것을 요구한다. 흥분해서 날뛰는 광신자들과는 달리, 당대에 스피노자와 견줄 수 있는 지성의 소유자 라이프니츠만이 스피노자의 논증 속에서 족쇄에서 풀려난 근대 이성의 종착점이 어디가 될 것인지, 또 그러한 결말이 어떤 파괴력을 발휘할지 절절히 인식할 수 있었다.

 

스피노자의 철학은 세상을 뒤엎을 무서운 철학이다. 신의 퇴출은 그간 신을 핑계로 자유를 억압해 온 구체제의 전복을 의미한다. 스피노자의 철학은 신이 없는 세상에서 이성을 지닌 인간들을 위한 철학이다. 라이프니츠는 스피노자와의 은밀한 만남에서 그의 형이상학에 담긴 이 무시무시한 정치적 함의를 시작부터 끝까지 철저하게 읽어낸 것이다. 신이 무너지면, 결국 그간 쌓아올린 서양 문명의 질서도 무너진다. 스피노자가 유배시킨 신을 다시 모셔 오라! 라이프니츠의 철학은 근대적 이성으로 무장한 인간들이 자유를 갈망하는 세상에서 신의 지위를 복원하기 위한 철학이다. 말 그대로 이 두 사람의 손에 신의 운명이 달린 것이다. ― 옮긴이 후기․625쪽에서

 

 

지은이 ․ 옮긴이

 

매튜 스튜어트(Matthew Stewart)

프린스턴 대학을 졸업하고 1988년에 옥스퍼드 대학에서 철학박사 학위를 받았다. 학위를 받은 후 강단에 서지 않고 대신 경영 컨설턴트로 현실에 뛰어들어 모험을 시작했다. 여러 은행들을 위해 일하면서 경력을 쌓았고, 동료들과 함께 경영 컨설팅 회사를 창업해 운영하기도 했다.

《스피노자는 왜 라이프니츠를 몰래 만났나》는 네덜란드에서 컨설턴트로 일할 때 구상한 일종의 철학 스릴러에서 출발했다. 1676년에 헤이그에서 비밀리에 이루어진 스피노자와 라이프니츠의 만남을 소설이나 시나리오로 만들겠다는 최초의 구상은 곧 방향을 바꾸었다. 수많은 자료를 검토한 끝에 어떤 기발한 상상도 실제 일어났던 사건만큼 흥미진진하고 풍부한 의미를 담을 수 없다는 사실을 깨달았던 것이다. 이 책이 대중과 평단의 격찬을 받으며 매튜 스튜어트는 철학 저술가로서 자신의 이름을 널리 알릴 수 있었다. 이밖에 《The Truth About Everything》, 《The Management Myth》, 《Monturiol's Dream》을 썼다.

 

석기용

서강대학교 철학과를 졸업하고 동 대학원에서 언어철학을 전공하여 박사학위를 받았다. 현재 서강대학교 철학과 대우교수이자 생명문화연구소 선임연구원으로 재직하고 있다. 옮긴 책으로 《전쟁과 과학, 그 야합의 역사》, 《빈, 비트겐슈타인, 그 세기말의 풍경》, 《요부, 그 이미지의 역사》, 《철학, 더 나은 삶을 위한 사유의 기술》(공역), 《다윈은 세상에서 무엇을 보았을까》, 《세상을 미치게 하는 음식들》, 《신(神) 이론》, 《위대한 질문》, 《러닝》 등이 있다.

 

 

차 례

 

롤로그 다락방의 은밀한 만남

 

1장 세속의 성자

그 비범한 남자는 왜 파문당했나?

 

2장 스물한 살의 법학박사

만물박사, 정치 세계로 들어가다

 

3장 성스러운 유물론자

“유물론자가 어떻게 영적일 수 있는가?”

 

4장 신의 변호인

끝을 모르는 정력, 만물을 향한 열정

 

5장 세계 혁명의 지도자

세상에서 가장 사악한 책을 쓰다

 

6장 여러 얼굴을 지닌 만능인

기독교 공화국 건설을 꿈꾸다

 

7장 스피노자의 친구들

분노한 철학자, 격문을 쓰다

 

8장 파리의 라이프니츠

“세계를 치료하기 위해 세계를 기만한다.”

 

9장 스피노자의 신

《에티카》, 신에 대한 지적인 사랑의 기록

 

10장 신의 존재 증명

신을 구출하겠다는 라이프니츠의 꿈

 

11장 ‘신 들린’ 자들의 논쟁

신을 닮은 사람과 신에 미친 사람

 

12장 죽은 철학자의 비밀 서랍

“불온한 책의 출간을 막아라.”

 

13장 철학이라는 이름의 정치학

세계 통합을 향한 원대한 야망

 

14장 스피노자의 유령

스피노자와 싸우는 스피노자주의자

 

15장 억압된 것들의 귀환

“신이 모나드라면, 그는 신이 아니다.”

 

16장 위대한 모나드의 최후

신을 찾아 헤맨 자, 무신론자로 죽다

 

에필로그 스피노자의 부활, 라이프니츠의 재발견

 

스피노자 · 라이프니츠 연보 / 주석

참고문헌 / 자료들에 관한 주석

옮긴이 후기 / 찾아보기 - 인명 · 용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