불멸의 새가 울다
진란
언어의 새들이
붉은 심장 속에 둥지를 틀다
관념의 깃털을 뽑아 깔고
그 위에 씨알을 품었다
쓸쓸한 귀를 열고
이름 없는 시인의 가슴으로 들어간 밤
어지러운 선잠에 들려올려지는 새벽,
어디선가는 푸른 환청이 들렸다
꽃-피-요 꽃-피요
-시집『혼자 노는 숲』(나무아래서, 2011)
시집을 낼 때 첫 장에 놓일 머리 시에 고민을 많이 한다고 하지요. 우리가 서점에 가서 책을 살 때도 소설도 첫 장 첫 문단이 흥미가 있어야 뒤를 읽어보고 싶은 충동이 일 듯이 시 역시 첫 장에 있는 시를 보고 살까 말까 결정이 이루어질 때가 많거든요.
평론가들이나 시인들도 시집을 받으면 일단 첫 머리의 시를 읽어보고 좋으면 그래, 하고 한 장 더 넘겨보고 중간 한 번 펼쳐보고 마지막에 놓인 시 한번 훑어보고 괜찮다 싶으면 한쪽에 두었다 볼 것이고 별 볼일 없다 생각되는 순간 그 시집은 머리 속에서 사라진다고 합니다.
야구선수들이 홈런과 안타보다 빈타와 삼진이 많듯이 시가 날마다 잘 된다면 얼마나 좋겠습니까만은 시라는 것이 쓰여질 때 쓰여지다가도 어느 땐 전혀 소식이 없을 때도 있고 또 써놓고 보면 기대에 못 미쳐 스스로에게 실망스러울 때도 있을 것입니다. 한 편의 멋진 명작을 만들어서 이름도 한번 얻어보고 싶기도 할텐데 명작이 어디 생각처럼 그리 쉽게 이루어지던가요.
불멸의 씨알을 품어 불멸의 새로 부화를 한다면 시인에겐 더 없는 기쁨이겠죠. 어느 시인은 시가 안 되면 귀신에게 찾아가 빌기도 한다는데 시가 잘 안 될 때, 아니 명작 한 편 만들고 싶을 때 시인은 찬바람 몰아치는 우듬지에서 이렇게 우나 봅니다.
꽃-피-요, 꽃-피-요.
제 귀에는 이렇게도 들립니다. 고-파-요, 고-파-요, 시가 고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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