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앵두나무 밑에서 잠을 깬 개가
이예미
운치리* 어느쯤의 강기슭으로 나가--->어디쯤?
붉은 혀끝으로 동강 몇 방울 흘린다
한 때 나는 그 강을 닮은 한 사내를 만났었다---->한때
노을들이 강으로 이끌려가듯
나의 가슴도 그에게 끌려가 붉어진 적이 있었다
모든 게 그 강 때문이었다
나의 사랑이 그 상류 어딘가에서
물방울을 일으켜 시작되었듯
그에게 이르는 길은 끊임없는 익명이었다
몇 번의 우기가 지나쳤지만 뿌리들은 젖지 않았다
그해 가을 나는 처음으로
그에게서 모래들의 이동을 보았다
모든 세월들은
느티나무처럼 오래도록 눈에 띄어야 잊혀지는가
침묵은 곧 오후 속으로 뿔뿔이 사라졌고
그 강, 아니 그 산에
지금은 생사의 골짜기를 넘나들고 있을 사내
어쩌면 운치리 어느 쯤에서 놓아야 했을 그 사내--->어디쯤에서
더는 이별할 수도 없는 그를
오월의 앵두나무 가슴에 옮겨 놓듯
커다란 느티나무 하나 땅 속 깊이 심어놓는다
*강원도 정선에 있는 강마을
(2011년 제13회 수주문학상 우수상)
2011-12-31 / 토요일, 오전 09시 39분
행
'한 때'--->한때
1행과
'운치리* ,어느쯤>의 강기슭으로 나가'
18행
'어쩌면 운치리 <어느 쯤>에서 놓아야 했을 그 사내'
어느즘---->어디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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