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를♠읽고 -수필

잃어버린 열쇠 / 장옥관

흐르는 물(강북수유리) 2012. 9. 8. 22:4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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잃어버린 열쇠

 
장옥관

 


누가 잃어버린 것일까
풀밭에 버려진 녹슨 열쇠


누가 이 초록을 열어보려 했던 것일까
누가 이 봉쇄수도원을 두드렸을까
 

차가운 촛농으로 잠근 오래된 사원


수런수런 연둣빛 입술들이 피워 올리는 기도문
개미들이 땅과 하늘을 꿰매고 있다
 

아, 저기 호두껍질을 뒤집어쓴 사람이 걸어오고 있다
風病든 그의 암호, 누구도 열 수 없다

 

 


-『하늘 우물』(세계사, 2003)
-나희덕 엮음『아침의 노래 저녁의 시』(삼인, 2008)

 

 

 

 

  어느 산인지는 기억을 못하겠는데 서울 근교 수도권 산이었을 것이다. 가을이 깊어져 졸가리

진 팥배나무 가지에 열쇠가 하나 걸려 있었다. 허리춤 정도 되는 높이의 가지에 걸려있었는데

잃어버린 사람이 혹여 찾으러오면 눈에 쉽게 띌 수 있도록 허공을 배경으로 걸려 있었다. 주운

사람의 생각이 보이는 듯 했다. 하지만 열쇠주인은 돌아오지 않았고 많은 사람들이 오가는 등

산로에서 주인을 기다리는 열쇠는 홀로 녹이 슬어가고 있었다.   
  

  녹 쓴 열쇠로 무엇을 열 수 있을까. 풀밭에 떨어져 있는 녹 쓴 열쇠는 주인을 잃어버렸고 주

인은 길을 잃어버렸다. 이미 녹 쓸어버린 열쇠로는 초록의 문을 열 수는 없겠지만 초록을 문

을 열어보려고 했던 이는 누구였을까. 초록을 열어보지도 못하고 잃어버린 열쇠는 풍병 든

것처럼 녹슬어 가고 초록을 열어보려고 했던 사람은 어느 하늘 아래서 무얼 하며 살고 있을까.

누가 다시 초록의 문을 열어보려고 하는 이는 없을까.  <정호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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