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간들
김사인
48년 9개월의 시간 K가 엎질러져 있다
시원히 흐르지 못하고
코를 골며 모로 고여 있다
액체이면서 한사코 고체처럼 위장되어 있다
넝마의 바지 밖으로
시간의 더러운 발목이 부었다
소주에 오래 노출되어 시간 K는 벌겋다
끈끈한 침이 흘러
얼굴 부분을 땅바닥에 이어놓고 있다
시간 K는 옆구리가 가려운 겨드랑이 부위를 가지고 있다
잠결에 긁어보지만 쉬 터지지는 않는다
흘러갈 곳이 마땅치 않기 때문이다
더러운 봉지에 갇혀 시간은 썩어간다
비닐이 터지면 시간 K도
힘없는 눈물처럼 주르르 흐를 것이다
시큼한 냄새와 함께 잠시 지하도 모퉁이를 적시다가
곧 마를 것이다 비정규직의 시간들이
밀걸레를 가지고 올 것이다
허깨비 같은 시간들, 시간 봉지들
(문학동네, 봄호)
-이은봉·김석환·맹문재·이혜원 엮음『2011 오늘의 좋은시』(2011, 푸른사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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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간들
김사인
48년 9개월의 K가 엎질러져 있다
시원히 흐르지 못하고
코를 골며 모로 고여 있다
액체이면서 한사코 고체처럼 위장되어 있다
넝마의 바지 밖으로
시간의 더러운 발목이 부었다
소주에 오래 노출되어 시간 K는 벌겋다
끈끈한 침이 흘러
얼굴 부분을 땅바닥에 이어놓고 있다
시간 K는 옆구리와 가려운 겨드랑이 부위를 가지고 있다
잠결에 긁어보지만 쉬 터지지는 않는다
흘러갈 곳이 마땅치 않기 때문이다
더러운 봉지에 갇혀 시간이 썩어간다--->은
비닐이 터지면 시간 K도
힘없는 눈물처럼 함께 잠시 지하도 모퉁이를 적시다가-->주르르 흐를 것이다
->시큼한 냄새와함께 잠시 지하도 모퉁이를 적시다가
곧 마를 것이다 비정규직의 시간들이
밀걸레를 가지고 올 것이다-->
허깨비 같은 시간들, 시간 봉지들
-계간『문학동네』(2010, 봄호
-웹진 시인광장 선정『2012 올해의 좋은 시 100選』(아인북스, 2012)
시간이와 시간은의 차이...
바뀐 부분 --->청색
맨 끝행 한 연으로 된 것을 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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