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금은♠시를 읽어야 할 시간

그 여름의 끝 / 이성복

흐르는 물(강북수유리) 2012. 10. 5. 23:4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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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그 여름의 끝


  이성복

 

 

  그 여름 나무 백일홍은 무사하였습니다 한차례 폭풍에
도 그 다음 폭풍에도 쓰러지지 않아 쏟아지는 우박처럼
붉은 꽃들은 매달았습니다.


  그 여름 나는 폭풍의 한가운데 있었습니다 그 여름 나
의 절망은 장난처럼 붉은 꽃들을 매달았지만 여러 차례
폭풍에도 쓰러지지 않았습니다.


  넘어지면 매달리고 타올라 불을 뿜는 나의 백일홍 억
센 꽃들이 두어 평 좁은 마당을 피고 덮을 때, 장난처
럼 나의 절망은 끝났습니다.

 

 


 -김희보 엮음『한국의 명시』(가람기획 증보판, 2003)
2012-10-05 금요일 23시 46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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