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금은♠시를 읽어야 할 시간

만삭 / 정용화

흐르는 물(강북수유리) 2012. 10. 16. 20: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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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만삭


   정용화

 


  당겨진 활시위가 팽팽하다 수평의 무게를 견디지 못하고 금방이라도 쏘아질 기세다 적중할 과녁은 없다 뚜렷하지 않는 목표물 저 속에는 부풀어 오르는 언어와 뿌리까지 닿아있는 어둠이 장전되어 있다 붉게 스며들어 두근거리는 물방울, 어디로든 쏘아져야 한다 상처를 내는 것으로 증명해 보이고 싶던 날들

 

  꽃은 땅이 쏘아올린 화살이다 미처 빠져나오지 못한 겨울과 따뜻한 온기를 몰고 오는 봄 사이 그 타협점에서 꽃들은 일제히 꽃망울을 터뜨린다 시위를 떠난 화살이 닿는 곳마다 꽃들이 자지러진다 가지마다 몸 밖으로 밀어낸 붉은 울음 땅 속 깊이 묻어둔 단단한 사연들까지 꽃에 이끌려 나온다 이제 어디에서 어둠을 끌어다 이 끈의 매듭을 지어야 할까 끝과 시작 사이, 활시위가 팽팽히 당겨져 있다

 

 

 

-계간『문학청춘』(2011, 봄호)
2012-10-16 화요일  20시 18분

<가져온 곳 : 웹진 시인광장>

http://blog.naver.com/PostList.nhn?from=postList&blogId=w_wonho&categoryNo=407¤tPage=111

 

 

 

  만삭


  정용화

 


  당겨진 활시위가 팽팽하다 수평의 무게를 견디지 못하고 금방이라도 쏘아질 기세다 저 속에는 부풀대로 부픈 언어와 뿌리까지 닿아있는 어둠이 장전되어 있다 붉게 배어있는 두근거리는 물방울, 어디로든 당겨져야 한다 상처를 내는 것으로 증명해 보이고 싶던 날들 적중할 과녁은 없다 뚜렷하지 않은 목표물, 어느 괄호에도 속하지 못하고 나는 늘 문장 밖에 존재한다
 

  꽃은 땅이 쏘아올린 화살이다 미처 빠져나오지 못한 겨울과 따뜻한 온기를 몰고 오는 봄 사이 그 타협점에서 꽃들은 일제히 꽃망울을 터뜨린다 시위를 떠난 화살이 닿는 곳마다 꽃들이 자지러진다 가지마다 몸 밖으로 밀어낸 붉은 울음 다시는 심장으로 돌아가지 못할 피의 색깔이다 땅 속 깊이 묻어둔 단단한 사연들까지 꽃에 이끌려나온다 이제 어디에서 어둠을 끌어다 이 끈의 매듭을 지어야 할까 이미와 아직 사이 활시위가 팽팽이 당겨져 있다

  

                                                                                     

 

-계간『문학청춘』(2011, 봄호)
2012-10-16 화요일  20시 18분

 

<가져온 곳 : 워니 블로그>

http://blog.daum.net/wkd7633/1585383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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