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금은♠시를 읽어야 할 시간

그대 생각 / 그대생각

흐르는 물(강북수유리) 2012. 12. 6. 14:5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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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그대 생각


  고정희

 

 

  그대 따뜻함에 다가갔다가 그 따뜻함 무연히 마주
할 뿐 차마 끌어안지 못하고 돌아왔습니다 그대 쓸쓸
함에 다가갔다가 그 쓸쓸함 무연히 마주할 뿐 차마 끌
어안지 못하고 돌아오는 발걸음이 어떤 것인지는 말
하지 않겠습니다


  다만, 내가 돌아오는 발걸음을 멈췄을 때, 내 긴 그
림자를 아련히 광내며 강 하나가 따라오고 있다는 것
을 알았습니다 내가 거리에서 휘감고온 바람을 벗었
을 때 이 세상 가장 이쁜 은방울곷 하나가 바람결
에 은방울을 달랑달랑 흔들며 강물 속으로 들어가는
것을 보았습니다.

 
  그 이후 이 세상 적시는 모든 강물은 그대 따뜻함에
다가갔다가 그 따뜻함 무연히 마주할 분 차마 끌어안
지 못하고 돌아서는 내 뒷모습으로 뒷모습으로 흘렀
습니다
 

 

 

―고정희 지음『고정희 시전집 세트 2』(또하나의문화,  2011)